[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연말 고려대 73학번 송년회에서 요즘 유행하는 건배사가 이어졌다.

‘노발대발’(노인이 발기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에서부터 ‘오징어’(오래 살면서 징그럽게 만나자) 등이 이어졌다.

▲ 남영진 논설고문

그 자리에 원예학과 동기로 강남 삼성동 ‘해초록‘의 여주인이 일어났다. “인생에서 없는 거 3개?” 모두들 의아했다. 첫째, 비밀이란다. 둘째, 공짜점심이란다. 박수쳤다. 3번째가 ‘정답’이란다.

‘정답이라니? 벌써 누가 정답을 맞추었나?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거였다. 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환갑 진갑 다 지낸 친구들로서는 대충 아는 대로였다.

이어졌다. “그래도 삶에 있는 거 하나?” 더 황당했다. 정답이 없으니 지가 정답을 말해주었다. 인생에 하나 남은 건 ’내 맘속에 그대‘ 란다. 이 나이에 ‘마음’이니 ‘그대’라는 단어가 상큼했다. 그렇지. 우리에게도 그때가 있었지!

4차 산업시대의 요체는 무엇인가?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자율주행자동차…등등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있지만 정의는 모호하다. 아마 잘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요체일지 모른다.

18세기 후반의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한 에너지가동 혁신으로 방적업에서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혁명이었다. 1세기후인 19세기 후반에는 전기와 석유에너지를 통해, 20세기 초에는 전화, 라디오, 영화, TV 등 통신혁명이 일어난 뚜렷한 변화가 보였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은 피부에 닿았다. PC를 거쳐 이제는 몸에 붙어있는 모바일 폰이 그것이다. 근데 작년 알파고가 바둑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기사 이세돌을 압도적으로 이기자 충격이 컸다. 이젠 인간지능인 기계를 따르지 못하겠다는 절망감에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실감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갑자기 들어선 문재인정부가 안보에서 북핵 대응,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을 넘는 ‘중간외교’ 모색 등으로 어수선하다.

그래서 정답이 없다는 것 같다. 제일 중요한 안보에 정답이 없으니 100년 대계인 교육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안보, 교육 부문에서는 모든 국민이 전문가 수준이니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공론화’를 통한 정책수렴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성탄절 연휴시작인 지난 12월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 갑)과 원탁토론아카데미(원장 강치원 강원대 교수)가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4차 산업혁명과 평생학습 시대 : 한국 교육의 재구조화’ 세미나가 그중 하나다.

(사)한국교육연구소 (사)한국방과후교육연합회 (사)참다솜교육 등 교육관련 단체가 함께 주최했다. 강경숙 국가교육회의 민간위원 등이 참석해 문재인정부가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실감케했다. 서광희 별내중학교 교장의 사회로 시작된 세미나에서 노웅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요람에서 무덤까지 끊임없이 배우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세기의 대결 현장/한국기원=뉴시스 제공

노 의원은 이어 “현재 초등학생이 사회에 나갈 때면 지금 직종의 65%가 사라지게 된다는 미래예측을 보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평생교육을 위한 한국교육의 재구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세대로 국회도 2007년 평생교육법을 전면 개정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만들어졌지만 이제 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제에서 강치원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교육혁신은 ‘평생교육’에 달려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기조발표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방향에 6개의 핵심키워드로 1. 적폐청산 2. 소통확대 3. 분권자치 4. 혁신 5. 미래교육 6. 국가책임을 들었다.

강 교수는 에스핑 앤더슨의 저서 <복지자본주의 세가지 세계>에서 노동의 탈상품화(decommodication)와 사회계층화 정도를 기준으로 제시한 3유형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영국과 미국 등 앵글로 색슨형,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형, 그리고 스웨덴 핀란드 북유럽형에서 북유럽의 노르딕형을 사회교육목표로 선호한다.

신자유주의에서 경쟁이 치열한 미국이나 국가주의가 강한 독일보다 노동과 복지가 완벽해 인간의 탈상품화가 가장 높은 스웨덴식이 지향점이다.

근대이후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 도입된 독일형 남성중심의 노동시장에 맞게 기회평등의 교육제도를 채택했다. 해방 후 보통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으로 바뀌었다가 경제발전과 재벌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성장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 하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돼 지금은 교육과 노동정책의 전부가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문턱에서 거대재벌의 ‘고용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문재인정부는 공공고용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면서 정책방향에 혼선을 빚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교육의 문제와 지향점을 ▲사교육비 해결과 교육격차해소 ▲주입식 교육방식을 극복한 창의역량 강화방안 ▲학력 학벌사회를 해소하는 능력사회의 구현 ▲인성과 공동체 의식 함양 등 4가지로 본다.

그 해답을 한마디로 ‘평생교육의 강화’로 결론짓는다. 즉 높은 ‘교육열을 학습열로’ 바꾸고 ‘학력사회를 학습사회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예산 중 평생교육예산이 0.1%수준인데 스웨덴 38%, 영국 28%, 독일 18%에 비하면 거의 미미하다. 우리 교육은 학교교육, 그것도 대학입시교육이 전부인 것이다.

학교교육의 문제는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 교사는 ‘유능과 복종’의 두 가지 능력을 요구 받는다. ‘수업 잘 하는 교사’와 ‘상부의 지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교사’의 모습이다.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고교 정상화와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이 보장받는다. 사지선다형 학습도 없애야 한다. 모든 교과목을 심도 있게 배울 필요가 없는데도 1등급을 만들기 위한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 1등급 몰아주기를 위한 ‘수포자’(수학포기자) ‘영포자’ (영어포기자) 등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강 교수는 이를 해결할 핵심정책으로 평생교육 체제의 확립을 든다. 저출산과 고령화시대에 일자리창출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평생교육을 통한 적절한 노동기회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다운 해법이다.

그가 90년대 초 독일유학을 다녀와 만든 것이 원탁토론아카데미다. 1,2차 대전의 전쟁책임을 깊게 반성한 독일식 해법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히틀러’와 ‘괴벨스’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막내 위르겐 하버마스가 제시한 ‘한국식 공론화’를 원탁토론에 기대해본다.

추운 겨울 두 곳의 전시회는 후배들에게 은퇴 후의 보람 있는 생활을 설계하는 데 귀감이 된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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