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외교성과에 대한 진단과 함께 여러 논란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를 위한 4가지 원칙에 의견을 함께 했다며 외교 성과를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구걸외교, 조공외교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내놓고 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시 주석과 세 번째 만남을 갖고 한반도와 동북아 현안을 논의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 당시 망가뜨린 외교를 정상 복원하며 경제보복을 풀어내는 등 한중관계의 재도약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두 지도자가 합의한 4가지 원칙은 ▲ 한반도에서의 전쟁 절대 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 확고하게 견지 ▲북한 비핵화 등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 ▲남북관계 개선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 등으로, 동북아의 갈등을 풀어낼 기반을 닦는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이 최근 미국의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북핵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상황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하는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한반도 전쟁 불용과 함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에 의견을 모은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양국 정상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해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과 협의를 계속 해 나가기로 한 점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 양국 정상 입장 차이 불구 협력 복원에 적극 나서야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보다 강력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빠진 데다, 양국 정상이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양국간 최대 현안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문제도 일부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양상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국빈만찬장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옥으로 만든 바둑알과 바둑판을 선물 받고 있다./청와대=뉴시스 제공

문 대통령은 10·31 양국 간 사드 문제 합의를 평가하고 양국관계를 조속히 회복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기존의 중국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의 적절한 처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재론되지 않고 종료되기를 희망했지만 중국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 주석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해 호혜적인 교류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자고 했지만, 이같은 입장이 단체 관광 재개와 한류 제한 해제 등 사드 보복 조치의 완전한 해소로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다행인 것은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한중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한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며, 경제 분야의 협력 복원 합의에 적극 나선 점이다.

또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초청한 데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만약 참석할 수 없을 경우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약속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추진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지난달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양국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양국은 핫라인 구축 등을 통해 양 정상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으며, 양국 간 다양한 교류 협력 의사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양국간 협력의 가능성을 만들어낸 것은 성과로 평가할만하다.

◇ 기자 폭행, 의전 홀대 등 악재 딛고 대등한 외교력 보여줘야

문제는 중국 측에 의한 여러 가지 외교 홀대와 함께 한국기자단이 중국의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하는 등 전반적으로 많은 잡음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기자 폭행 사건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청와대 출입사진기자단에 대한 폭력이 행사됐다는 점에서 명백히 중국 측의 잘못이고 발생해서는 안 될 엄청난 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외국 정상에 대한 경호를 담당하는 자들이 아무런 대항수단이 없는 민간인으로서 청와대의 비표를 소지한 사진기자를 집단폭행한 것은 엄중히 처벌할 일이다. 한중간에 취재 관행의 차이가 있고, 공안과 민간인 사이의 관계가 다르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폭행사건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의전 과정에서 중국 측이 홀대로 보일 수 있는 여러 조치를 한 것은 향후 양국간 외교관계에서 호혜평등의 외교원칙에 비추어 반드시 정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국력과 경제력에만 기반해 한국을 홀대하거나 압박한다면 이는 외교의 상대국이 될 수 없는 저급한 ‘대굴국기’(大國堀起, 큰 나라로 우뚝 선다) 또는 ‘돌돌핍인’(咄咄逼人,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이라는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나라의 전형적인 자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중대성과는 별개로 국가정상으로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의 외교적 성과를 폄훼해서는 안될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14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이 사안과 관련해 중국 측이 이를 고의적으로 유도했다거나, 우리 정부가 필요 이상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한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지나친 공세도 적절치 않다. 중국은 향후 한국과의 외교관계에서 성의와 진심을 다해 친구나라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할 것이며,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된다”는 데 합의했고, 이는 미국의 대북한 군사옵션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내 보수층과 보수야당의 비난과 공세가 커지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반도는 미국의 선제공격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위협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보수 진영은 핵무장 등 전쟁 가능성에 대한 모험적 시각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가 전쟁의 화염 속에 휘말려 공멸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를 반대하고, 역내 평화와 비핵화를 강조한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소중한 것이고, 제재와 더불어 대화와 개입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내는 것은 우리 한민족에게는 소중한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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