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우리와 어떤 면에서 다를까?

▲ 김선태 편집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양한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를 정량화하여 조사해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6)’로 이를 추정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38개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를 비롯, 스웨덴(6위), 핀란드(8위)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이 나란히 상위권에 오른 반면 한국은 28위에 그쳤다. 그밖에 덴마크(3위), 아일랜드(10위) 등 전반적으로 북유럽 소국들의 삶의 질이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공동체·환경·여가 수준 압도적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공동체의 안정성이나 환경 친화성, 생활 만족도, 사회안전망, 노동과 여가의 균형 같은 다양한 지표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미국(9위)은 소득이나 의료 수준을 제외한 많은 항목에서 중위권에 그쳤고, 일본(23위)은 이렇다 할 우위 없이 하위권에 머물렀는데 특히 시민참여(civic engagement) 분야에서 칠레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체 28위를 차지한 한국의 경우 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이 중하위를 기록했는데, 그중에서도 공동체의 안정성(37위), 환경 친화성(37위), 노동과 여가의 균형(36위)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북유럽 국가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민을 꿈꾸는 한국인들에게 북유럽이 종종 선호대상 1순위로 꼽히는 배경에 이들 분야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는 이민 준비자를 위한 안내서로 꾸며진 책이지만 그에 앞서 저자들이 실제 이민을 가 살면서 전하는 생생한 북유럽 체험기로 읽힌다.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굳이 북유럽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이민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지, 현실의 탈출이 아닌 새로운 정착으로서 가치 있는 이민 생활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자문할 수 있을 것이다.

▲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 루크, 안젤라. 팬덤북스. 400쪽.

저자 부부는 20대에 미국으로 가서 20여 년 동안 살며 영주권을 받고 결혼하여 가정도 이루었지만 과감하게 스웨덴으로 떠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웨덴은 기존의 모든 가치관을 뒤흔들 정도였으며 그것이 이 부부를 매료시켰다. 그들은 먼저 부담을 각오하고 온 가족이 현지를 방문해 이민을 가도 좋을지 경험했다.

자연·신화·개성의 조화를 추구해

이민은 가족 모두의 새 삶이 되므로 그런 방식이 충분히 가치 있는 노력과 투자라고 말한다. 준비되지 않은 개인은 문화적 이질감을 크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인 특유의 폐쇄성을 버리고 남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개방적 마인드’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말한다.

북유럽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이미지는 먼저 자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점이다. 공원 화단이나 숲은 어지간해서는 손을 대지 않는다. 자동차들은 도로로 튀어나온 나무를 피해 다니기 일쑤다. 외국 얌체족들이 갈대밭에서 낚시하는 걸 막으려고 동네 사람들이 매일 산책을 한다. 순록이 다닌다는 표지판을 보면 운전자가 누구든 속도를 늦춘다.

스웨덴 가게에 가서 생수를 요구하면 수돗물을 권한다. 객관적인 지표로도 생수가 수돗물보다 우수하다. 핀란드는 작은 나라지만 유럽 최대 야생동물 보호구 리민간라티가 여기 있다. 북유럽 사람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의 신화를 구전해 왔는데 그곳의 신들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기도 한다. 이런 신화적 관념은 북유럽 사람들의 세계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핀란드 북부에 위치한 '산타클로스의 고장' 로바니에미(Rovaniemi). 사진=위키피디아.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 차이도 크다. 덴마크인들은 기분파이며 상인에다 모험가 기질이 강하다. 노르웨이인들은 스포츠광이며 개척정신이 강하고 순박하다. 스웨덴인들은 소심해 보이지만 바이킹의 평등 관념을 물려받았다. 핀란드인들은 평소 조용하지만 기분이 좋으면 매우 사교적인 면모를 보인다. 아이슬란드인들은 가장 쾌활하고 외향적이다. 이들이 모여 북유럽인이라는 정신적 동질성을 이루는데 그 배경에는 바이킹 시대와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

하나의 사회 체제로서 북유럽을 말할 때 경제 모델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사회민주주의”라든지 “높은 세금에 기초한 복지 우선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런 모델에 기초하여 북유럽은 대부분의 경제 관련 지표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피를 깎는 노력이 숨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이 외부인들의 적응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북유럽 특유의 사회민주주의 제도는 높은 세금을 가능하게 한다. 50%를 넘는 소득세가 일반적이고 국가는 실질적인 봉사기관으로 간주된다. 월급이 적어 개인 직업으로 충당하거나 임기 중에 그만 두는 국회의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신 영아부터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OECD 최저 근무시간과 강력한 노동법으로 고용을 보장하며 은퇴하면 연금과 정부 지원 아파트를 제공한다.

성적표 대신 인간애를 택하다

저자는 북유럽이 삶이 다른 곳에 비해 행복하다고 여겨지는 요인으로 ‘바이킹이 전해 준 자율과 평등 사회’라는 점을 든다. 북유럽인들은 등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좋아하는 그들과 금메달을 따야 환호하는 우리의 차이다. 저자는 스웨덴식 ‘공익’이라는 말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들과 스케이트장을 찾았는데 입장료가 없었다. 한참 즐기고 나와 확인하니 추가요금도 시간제한도 없었다. 우리 같으면 도난 걱정이 앞설 대여물도 주문하면 건네줄 뿐이다.

북유럽인들이 중시하는 대표적인 생활문화는 여유다. 그래서인지 북유럽인들은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다. 거리 어디서나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피카’는 스웨덴 특유의 일상이다.

점심시간을 희생하며 일한다든지, 야근을 밥 먹듯 한다든지, 퇴근 뒤에 한 잔 하자고 보챈다든지, 개인적인 관심사를 시시콜콜 캐묻는다든지 하는 일은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공무나 예약을 하려면 상대방의 휴가시기를 알아두어야 하고 친구를 초대하려면 2주 정도를 배려하는 게 좋다. 이케아를 비롯, 에릭슨, H&M, 볼보, 노키아, 레고 같은 세계적 회사들이 이런 전통 속에서 커 왔다.

부모들은 어디를 가나 아이 교육을 걱정하기 마련이다. 북유럽 학교의 특징은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부모들과 어울리며 함께 진지하게 걱정해 준다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들의 파트너이고 초등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평등과 자율이다. 교육의 난이도는 평범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을 가르치지만 그들은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우열을 가리는 성적이 없고 당연히 등수를 따지지 않는다. 수업은 매사 아이와 의논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놔둔다. 부모들 역시 아이가 외로운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배워 왔기 때문이다.

북유럽 아이들은 일찌감치 각자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정해 놓고 살아간다. 한국의 지인들은 저자를 ‘스칸디 맘’이라 부르지만 정작 스웨덴 엄마들에게는 생소한 용어다. 이민 신청 심사조차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 곳, 북유럽의 사고란 그런 것이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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