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한국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시절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뒤 12년동안 3만 달러 문턱에서 질척대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고도경제 성장의 후유증을 극복 하지 못하는 게 주요 원인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

재벌의 과도성장과는 달리 공장들은 해외로 이전하고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중소기업들이 후발 중국기업에 추월당하고 있다. 고령화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도 한국경제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청렴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경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도 시간문제라고 주장한다. 부패 투명성 관련 국제기관의 우리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세계 각국의 부패지수를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의 평가를 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청렴도)는 2016년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175개 조사대상국 중 52위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8.63점)에 비해 15.63점(29.5%) 낮은 것이며 청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페루·베트남· 러시아 등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영경제협력체(APEC) 평균(54.62점)에 비해서도 1.62점(3.1%) 낮다.

투명성 관련 7개 세부항목 중 ‘정부정책결정의 투명성’이 115위, ‘기업 이사회의 효과성’ 109위, ‘기업의 윤리적 행위’ 98위, ‘소액투자자 보호’ 97위,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 96위, ‘금융시장 경쟁력’ 80위 등이다.

마지막 ‘감사와 사업보고서 기준의 강도’는 그나마 62위로 가장 높았다. 정치 정부 기업에 대한 평가는 최하위이지만 감사인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좀 나았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7년 한국의 경쟁력을 138개국 중 26위로 꼽았다. 노무현 참여정부시절인 2007년 11위로 정점을 찍은 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점점 떨어져 2014년부터 4년째 26위를 맴돌고 있다.

3대 부문별로 보면 기본요인은 16위로 거시경제 2위, 인프라 8위, 보건 및 초등교육 28위다.

기업혁신 및 성숙도는 23위로 기업혁신 18위 기업활동 26위 정도로 체면을 유지했다.

효율성추진(26위)이 좋지 않다. 6개 부문중 시장규모(13위) 고등교육 및 훈련(25위) 상품시장효율(24위) 기술수용(29위)은 ‘그런대로’인데 노동시장효율(73위) 금융시장성숙(74)에서 경쟁력을 다 깎아먹는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어 닥친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전인데도 부패지수가 이 정도면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다.

▲ 지난 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독립적 반부패기관 설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뉴시스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정치, 정부, 기업, 금융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부정책도 투명치 못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국민소통이 엉망인 것이 드러난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 국민소통수석실이 신설되고 원전설치에 대한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됐다. 또한 공직사회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이것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불투명국가’로 추락한 이유를 정치권 비리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 12월 7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감사협회 40주년 기념 주제강연에서 “역대 대통령과 친인척의 예외 없는 일탈로 아랫물이 맑아 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주들은 주식회사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놀이터’로 만들었으며 정부와 공공기관도 비능률과 부조리의 산실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민간부문에서도 업무수행의 불법적 공모가 만연해 돈을 버는 일이라면 불법이라도 저질러 “우선 먹고 보자”는 심리가 사회전반에 퍼져 있다고 했다. 한진해운은 기업주가 돈을 빼내 부실을 만들고 대우조선은 공적 자금을 퍼부어 도덕적 해이를 부추켰다고 구체적 사례를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외이사와 감사인들이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결여돼 회계적 오류와 횡령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부패 문제를 대응하는 3가지 전략이 있다.

우선 공정한 법집행이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없이 정치인과 기업인에게 법에 의한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곧바로 깨끗해진다. 검사가 힘 있는 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뇌물을 받고 이권에 개입하니 어느 국민이 따르겠는가.

제도적 정착이 두 번째이다. 우리나라 반부패시스템과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김영삼정부 때인 1994년 감사원 산하에 부패방지위원회가 설치되고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부패방지법이 제정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부패방지위원회를 국가청렴위원회로 개편하고 각계각층의 협력을 통해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부패방지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에서 한국과 OECD의 청렴도 격차를 절반으로 줄이면 국내총생산(GDP)이 4~12%, OECD 수준까지 높이면 8~23%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저축과 투자 증가 등 추가 효과를 계산하면 청렴도 향상의 경제효과는 더욱 증대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추진으로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했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 ‘금융실명제’를 밀어붙여 2만 달러 시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 한국감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3만 달러를 돌파하는 관건은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의 정착이다. 실명제와 부패방지법의 시행령격인 이 법이 국민의 참여와 감시로 제대로 정착되면 한국 사회의 청렴도와 투명성은 우리 경제수준에 걸맞게 올라갈 것이다.

1년 전 광화문 촛불혁명과 같이 국민 의식과 문화는 세계 톱의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서 그나마 ‘감사의 강도’가 62위로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데서 위안을 얻는다. 지난 40년 한국감사협회의 존재 자체로 공공기관 전체의 청렴도가 다소 개선됐다지만 ‘높은 곳’은 아직 멀었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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