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 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빛은 움직일 때만 존재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내린 결론이다. 빛에 대한 이 새로운 깨달음은 (과학사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 김선태 편집위원

일반인에게 난해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오늘날 인류는 이 깨달음 위에 물질문명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영화관의 비상등조차 질량에서 전환된 빛 에너지를 이용할 정도로. 사람들은 이 발견이 아인슈타인의 공적이라는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발견에 이르기까지 아인슈타인 이전 수많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을 알고 나면 가슴 깊이 와 닿는 무언가를 느낄 것이다.

라부아지에와 패러데이 : 질량과 에너지의 선구자

일찍이 17세기에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은 모든 물질이 질량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물질이 사라지면 질량은 어디로 가는가.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은 이는 산소의 연구, 물의 조성 등 물리학과 화학에서 불멸의 공적을 남기고도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한 라부아지에다.

라부아지에는 금속과 기체의 성질에 기초한 실험 결과 물질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그 존재 자체가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말했다.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그 질량의 총량은 언제나 그대로이다.”

패러데이는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제본소 기술자로 일했는데 틈나는 대로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 제도권에 속하지 않아 기존 학계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그러한 여건이 역설적이게도 패러데이를 놀라운 물리적 발견으로 이끌어 주었다.

1821년 29세이던 패러데이는 혼자 힘으로 전기 엔진의 모체를 발견했다. 후일 그가 영국 왕립학회의 회원이 된 뒤 수상이 그걸로 무얼 할 수 있는지 묻자 “각하, 나중에 이것으로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패러데이의 발견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전기와 자기가 하나의 통합된 힘의 부분임을 알아냈고 이를 더욱 진척시켜 “자기는 전기로, 전기는 자기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것은 오늘날 물리학계가 에너지라 부르는 개념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었다.

▲ 『E=mc2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 = 데이비드 보더니스 저, 김희봉 역. 웅진지식하우스.

라부아지에와 패러데이의 위대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1890년대에 이르기까지, 정확히는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질량과 에너지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둘은 전혀 다른 과학의 영역에서 별개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갈릴레이와 뢰머 : 빛의 속도를 향한 여정

등가속도의 원리를 밝혀 뉴턴 운동 법칙의 토대를 마련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 한 최초의 근대 과학자이기도 하다. 실험 도구가 조악했던 탓에 정확한 측정값을 얻지는 못했지만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가 무한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후대에 남겼다.

1671년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으니 당대 천문학을 주름잡던 카시니의 제자, 올레 뢰머가 그다. 원래 카시니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궤도를 연구하여 방대한 자료를 쌓고 있었다. 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이오의 공전 시간이 측정할 때마다 변한다는 사실이었다. 카시니는 목성 주위에 무언가 이물질이 있어 이오의 궤도를 방해한다 생각했지만 뢰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빛에 일정한 속도가 있다고 가정하면, 지구와 이오의 거리에 따라 공전 시간은 지구에서 다르게 측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정 하에 뢰머는 이오의 공전 주기를 계산해 냈고, 이를 무시한 스승과 내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중요한 점은 올레 뢰머가 빛의 속도를 오늘날 측정치에 근접할 정도로 정밀하게 밝혀냈다는 사실이다.

이어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밝히는 과학사의 여정에서 결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장면. 아름답고 지적인 프랑스 백작 부인으로 대사상가 볼테르를 사로잡았던 여인 에밀리 뒤 샤틀레 이야기다. 넘치는 끼와 매력으로 수많은 남성들과 교제했고 결혼한 뒤에도 사교계를 떠나지 않았지만 정작 그녀를 사로잡은 건 하나의 질문, 즉 에너지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샤틀레, 뉴턴 가설을 수정하다

샤틀레는 에너지와 운동량의 관계를 둘러싼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논쟁을 보고 당시 이미 전설이었던 뉴턴에게 의문을 느꼈다. 볼테르가 시간 낭비라며 말렸지만 그녀는 아랑곳 않고 자신만의 실험실을 꾸민 뒤 운동 에너지의 공식을 찾는 데 뛰어들었다.

마침내 그녀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은 그 때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았고 자신의 발견을 정리해 왕립 도서관에 보낸 열흘 뒤 산후 감염으로 생을 마감했다. 슬픔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볼테르는 “나는 나 자신의 반을 잃었다”며 비통해 했는데, 어쨌든 샤틀레의 발견은 과학사의 전환점이 되었다.

샤틀레에 따르면 “운동하는 물질의 에너지량은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과 같다”. 이를 현대적 정의로 바꾸면 “에너지는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과 같다”. 후자가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질량-에너지 전환 공식인데, 이를 전자와 비교하면 샤틀레의 기여가 얼마나 큰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과학 저술의 대가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오늘날 세계적 명저로 자리 잡은 『E=mc2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에서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발견을 뒷받침한 선배 과학자들의 노고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소개한다. 이어 질량과 에너지가 동일한 존재임을 입증하며 마침내 아름답고도 신비한 공식, E=mc2을 확립한 아인슈타인의 노력을 드라마틱하게 펼쳐 낸다.

마지막으로 저 공식이 우주를 어떻게 이끌어 가서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지에 대한 수브라마냔 찬드라세카르의 탁월한 통찰을 다룬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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