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평범한 여대생이 고3시절부터 다이어트를 해서 꽤 몸무게를 줄였다.

▲ 김선태 편집위원

그런데 대학에서 사귄 남친이 어깨가 넓다, 키가 크다 하며 자꾸 외모를 지적한다. 살이 쪄서 그런 소리를 듣는다 생각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기에 이르렀다.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어려워 네이버 지식iN에 자문을 구했다.

자문에 응한 전문가는 우울감과 트라우마가 동반된 상황이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 진단하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유한다. 그 학생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그게 심리상담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방문을 꺼렸다면 상당 기간 상태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포함하여 포털 사이트에서 식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증세에 관해 2년 동안 1000여 건 이상 전문가 답변을 올려 네티즌들을 도왔다. 그가 대표적인 정신과 질환 스무 가지를 쉽게 풀어 설명한 책을 펴냈다. 의심되는 증세에 대해 인터넷으로 궁금증을 풀기 어려운 이들은 이 책을 참고할 수 있을 듯하다.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심리 증세들

1부는 일반인이 쉽게 걸리면서도 지나치기 쉬운 증세들이다. 크게 문제될 것 없는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언제부터인가 늘 무기력하고 회사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면 우울증이 의심된다. 내버려두면 그만큼 치료 기간도 길어지므로 용기를 내서 병원 문턱을 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우울증에 크게 영향을 주므로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해서 증세를 확실히 호전시킬 수 있다.

이유 없이 극단적인 불안을 느끼는 경우 공황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데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증세다. 이 역시 유도 아미노산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딱 한 잔만, 하고 시작하지만 늘 만취 상태로 끝나는 알코올 의존증은 뇌의 ‘갈망’이 ‘의지’를 능가하는 것으로, 주사를 피우지 않는 이른바 ‘주당’들도 문제가 된다. 알코올의존증은 특히 우울증 등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

의식은 또렷한데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치매나 의식이 흐려지며 인지 기능마저 떨어지는 섬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스마트폰 중독 등도 함께 살핀다.

▲ 『혼자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치료 처방전』 = 김슬기. 홍익출판사. 224쪽

고질화된 증세라고 포기할 필요 없어

2부는 일상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증세들이다. 폭식증과 거식증이 대표적인 경우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잭 니컬슨이 실감 나게 연기한 강박 증세는 대표적인 현대병이다. 강박증세는 주로 뇌의 기저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진단을 해보아서 원인이 분명하다면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

불면증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지만 단순히 수면에 도움을 주는 졸피뎀만으로 개선할 수 있고,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함께 복용한다. 전문가의 처방이 따른다면 수면중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하여 조증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조울증인데 이는 감정조절 장애로 인한 증세로, 기분조절제를 투여하여 개선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졸리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음 직한데, 그 정도가 심해 멀쩡하게 일하다 잠에 취해 의식을 잃는다면 이는 기면증으로 볼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잠이 쏟아지는 수면 발작, 갑자기 쓰러지는 졸도 발작 등이 그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뇌의 각성을 유도하는 히포크레틴이라는 물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모다피닐이 도움이 된다.

성격장애와 행동장애, 이유를 찾아야

3부는 성격장애를 살핀다. 호불호에 따라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상화’라는 말로 설명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이상화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상형인 사람이 태도를 바꿔 자기를 멀리하면 실망을 넘어서 극도의 분노를 느끼며 돌변하기도 한다. 애인이 변심했다며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들이 대개 여기에 해당하며,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에 있어 경계성 성격장애라 부른다.

마마보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결정을 남에게 의존하는 이런 경우를 의존성 성격장애라 부른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발생하며 늘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 문제다. 본인의 성격으로 치부하기 전에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슨 일이든지 자기중심적으로 결정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다. 2014년 백화점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린 갑질 모녀에게 이런 증세가 의심되는데, 스스로 갑이므로 치료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부류들이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잘 알려진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고 실제 상당 수 후안무치한 흉악범죄자들이 지닌 증세이기도 하다. 가족력의 비중이 크며 공격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기 쉬운데, 의학적으로는 뇌의 구조적 이상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런 경우 치료가 빠를수록 당사자와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다.

4부는 행동장애를 다룬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며 늘 산만하여 집중하지 못하는 ADHD(주의력 결핍 행동장애)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결핍과 관계가 있다. 이유 없이 눈이나 코 등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틱장애라고 한다. 이 장애의 문제는 처음에는 사소한 눈깜박임 같은 것으로 시작해서 가만 놔두면 자해를 반복하는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는 조현병은 망상이나 환청이 심해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발전하는 경우다. 일본 영화 ‘사토라레’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이 다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말하지도 잠자지도 못하는 것이다.

다중인격이라 불리는 해리 장애는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일종의 기억상실에 걸려 심하게는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하는 증세다. 이러한 행동장애는 주위의 관심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증세를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책에는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는 자가 점검용 진단체크지가 들어 있다.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면 점수에 따라 결과를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이 책 제목처럼 자가 처방전을 받게 된다. [이코노뉴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