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소비자에게는 일련의 반복되는 구매 행태가 있다.

▲ 김선태 편집위원

오늘은 이것을 샀는데 내일은 저것을 산다면 그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을 대략 패턴이라 해두자.

이 책 서두에서 저자는, 현재와 미개척 분야 사이에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선점하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렇게 패턴을 선점하여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가를 그렇지 못한 ‘농부’ 기업가와 대비시켜 ‘사냥꾼’이라 부른다.

‘농부’ 기업가 대 ‘사냥꾼’ 기업가

그저 하는 일만 계속해서는 이런 패턴을 포착할 수가 없다. 그리고 정보 혁명의 시대 속에 비즈니스의 세계든 소비 심리든 너무 빨리 변한다. 저자는 그러므로 더 나은 것을 원하면 더 빨리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쉽게 포착할 수 있고 현실에서 검증된 몇 가지 패턴을 보여준다.

우선 과거에는 잘 먹혀들었던 패턴이 오늘날에는 거의 먹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농민은 지난 1만년 동안 농사를 지어 내다 팔아 살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20세기에 대기업들은 나름의 규칙과 정책을 만들어 기업을 관료화하고도 잘 지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기존 관념을 깨고 나와 혁신적인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조차 가만있으면 몰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1970년대에 로이 레이먼드는 아내 생일날 속옷 매장에 들렀다가 남자가 불청객 취급을 당하는 상황에 아연했다. 그래서 그는 남성 친화적인 매장을 만드는데 투자했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매장이 빅토리아 시크릿인데, 그렇게 성공한 다음 로이는 여성 속옷 매장에는 언제나 여성이 많이 찾는다는 사실을 잊었다. 로이의 남성 중심 매장은 날로 위축되어 결국 매각되고 말았다.

랩 역사상 가장 유명한 래퍼인 MC 해머가 이 관념의 덫에 걸린 경우다. 그는 타고난 천재성을 발휘하여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의 음반사를 차린 해머는 얼마간 트럭에 음반을 싣고 팔러 다니기도 했지만 이내 대스타 반열에 올랐다. 1991년 메가히트곡을 터뜨린 뒤 무려 8장 이상의 앨범을 대부분 성공시킬 정도로 인기가 식을 줄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도 대중의 취향은 변하고 있었는데 이를 눈치 채지 못한 해머는 스텝들에게만 월 6억원을 쏟아부을 정도로 돈을 낭비했다. 6년 뒤 파산을 선언할 때까지 그가 날린 돈만 400억원에 달했다.

관행에는 언제나 함정이 있다

기업에게 관행이란 시간이 흐르면 대개 애물단지가 되게 마련이다.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패션계에서 이 관행을 보았다. 패션업계에는 시즌이란 개념이 있어서 대개 몇 개월 심지어 1년 전에 디자인을 하고 이어 단계적으로 생산과 판매를 진행하는데, 아만시오는 ‘자라’를 만들어 그 모든 과정을 단 14일로 압축했다. 심지어 자라 스타일이라는 개념도 없다. 디자이너는 늘 매장의 반응을 고려하여 디자인하고 생산은 최대한 가까운 공장에서 하고, 팔리지 않으면 다시 만들지 않고, 이렇게 돌아가니 제품 광고도 필요 없다.

▲ 『어제처럼 일하지 마라』 = 제레미 구체. 타임비즈. 312쪽

신용카드 분야에서 리처드 패어뱅크가 한 일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캐피털 원이라는 신용카드 회사를 세워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들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즉시 제공했는데, 설립한 지 11년 만에 확보한 고객이 1억7000만 명에 이르렀다.

관행이란 안전하게 반복되는 함정이다. 저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호기심’이라는 사냥꾼 본능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변화를 감지하고, 그 속에서 서로 이어지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호기심을 잃은 기업은 아무리 커도 그저 수명이 다 한 공룡일 뿐이다.

스티브 새슨이라는 청년 과학자가 처음 개발한 디지털 카메라를 들여다 본 코닥이 꼭 그러했다. “필름만한 해상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그걸 어디 쓰나.” 그저 완벽에 가까운 아날로그 사진기술에 집착한 결과, 세계 최고의 필름회사였던 코닥은 2012년 파산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후지는 자신들의 화학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하여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어쨌든 아날로그 필름의 두 거인은 이렇게 사라졌다.

조앤은 잘 나가던 학창 시절을 마감하고 오직 자존심만으로 버티다 무일푼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 뒤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 커피숍에서 황당무계한 소설을 썼다. 출간을 거절하는 출판사가 12개에 이르렀어도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간되었고 조앤 롤링은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출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후일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인 척하던 것을 그만두자 마침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마무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났다.”

성공한 기업일수록 항상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기 쉽고 위기는 거기서 싹트게 되는 것이다.

‘모든 기회에는 6가지 패턴이 있다’

다시 패턴으로 돌아가자. 저자가 설립한 트렌드 헌터사는 약 50만 가지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100만여 명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모든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소위 ‘기회’라는 것에 숨어 있는 여섯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냈고, 이를 ‘기회가 가진 6가지 패턴’이라 불렀다.

그 하나가 ‘일탈(divergence)’인데, 페이스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류 소셜 미디어가 상대방이 나를 선택할 수 있게 고안될 때, 페이스북은 내가 상대를 선택하도록 고안되었다. 그렇게 해서 가상공간에서 개인이 노출로 인해 지니게 될 부담을 최소화시켰다.

트위터는 그 반대였는데,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나를 선택할 수 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고는, 비록 영화 속이지만 ‘아메리칸 셰프’의 컴맹 주인공이 아주 화끈하게 겪은 바 있다. 미국 음료업계에서는 레드불이 비슷한 일탈 마케팅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일탈’의 반대에 해당하는 ‘결합(convergence)’이다(상반되는 법칙이라니 이상하기는 하지만 모두 어떤 종류의 패턴에 속하니 개의치 말자). 데이브 달이라는 인물이 있다. 우울증과 약물 중독에 빠져 살인 빼고는 다 저질러 보고 감옥에서 장기 복역을 했다.

나와서는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네이처베이크라는 빵집을 열었는데, 그가 연구해 내놓은 빵 이름이 하필 ‘데이브의 죽여주는 빵’이었다. 당시 나쁜 남자 신드롬이 미국 대중문화 트렌드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빵에다 자신의 범죄자 이미지를 ‘결합’한 덕에 데이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밖에 순환(cyclicality), 방향전환(redirection), 단순화(reduction), 극대화(acceleration) 같은 용어가 있는데 모두 기회를 불러오는 패턴을 지칭한다. 마돈나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들어 판 뒤 거기 착안하여 십대를 위한 모조 다이아몬드 속눈썹을 만들어 한 해에 1200억 원을 벌어들인 우에무라의 경우는 순환에 해당한다. 속도위반 차량 대신 속도를 위반하지 않은 차량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그중 추첨해서 당첨금을 주니 과속 비율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는 방향을 반대로 틀어 상황을 개선한 방향전환(redirection)에 해당한다.

뷰파인더도 렌즈 끼우게도 없는 초간단 기능으로 스포츠 카메라 시장을 뒤흔든 ‘고프로’는 단순화(reduction)에 해당하며, “터프한 여자들은 스커트를 입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런닝 스커트 시장을 개척한 니콜 드붐은 극대화(acceleration) 전략을 사용한 경우다.

이 여섯 가지 패턴 용어들이 물리학을 연상시킨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중 무엇이든 우리가 잘 활용하면 세상의 변화 가운데 놓인 연결점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용어나 문장이 아니라 원리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오리가미(종이접기)의 대가 로버트 랭의 다음과 같은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거의 모든 혁신은 다른 사람들은 포착해내지 못한 서로 다른 영역들을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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