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명리학은 주역에서 출발하고 주역은 천지가 순환하는 이치를 기록한 글이다.

▲ 김선태 편집위원

주역에서 음양오행에 따른 자연의 변별점을 부호로 표시하였기 때문에 명리학은 이 부호를 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대입하였으니 이로부터 사주팔자가 생성된다.

주역(또는 역경) 전문은 괘(卦)라고 불리는, 64개로 이루어진 부호와 그 해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를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주역을 완벽하게 해설한 것으로 공인된 문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 주역 자체에 주역 서술의 철학적 기초를 설명한 글이 별도의 장으로 존재하는데, 주로 공자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계사전이라는 제하의 문장이다. 이 글이 중요한 이유는 주역 전체를 관통하는 만물의 태동・변화・전개・소멸 원리가 명료하게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계사전(또는 공자)에 따르면 주역의 우주관과 세계관은 아래와 같이 압축된다.

“첫째, 만물은 태극에서 비롯하고 태극은 양의를 내고 양의는 사상을 내고 사상이 팔괘를 내며 팔괘는 인간에 이르러 길함과 흉함을 정한다.

둘째, 만물은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하는 것(음양의 변화를 반복하는 것)이니 이를 도라고 한다.

셋째, 만물이 형체로 나타나기 이전의 상태를 도라 하고, 형체로 나타난 뒤의 상태를 기라 한다.”

위의 정의는 자연의 일부를 구성하는 인간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니, 명리학은 이처럼 주역이 말하는 만물의 변화 원리를 개인 삶의 변화 원리에 대입한 것이다. 주역이 음양오행의 변별점을 부호화하였다는 사실로 인하여 우리는 명리학을 음양오행의 좌표로 새긴 삶의 기호학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주역과 이를 따르는 명리학은 인간을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므로 그 분석과 서술에 일체의 호불호와 인위가 없으며 상이한 사주 사이에 어떤 차별적 가치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명리학이 말하는 사주풀이는 어떤 방법론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정확성으로 삶을 예측하는가? 수많은 책들이 이 문제에 답하고 있지만 『명리 명강』은 사주 해설에 도입되는 모든 개념을 음양오행의 기본 원리로부터 직접 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별력을 가진다.

▲ 『명리 명강 : 하나의 원리로 실전까지 통하는 사주역학의 정석』 = 김학목. 판미동. 2016. 3. 8.

호기심에서 사주 풀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집어 던졌다면, 이는 대개 집필자가 일정 지점에서 논리적 비약을 행해 독자의 정상적인 이해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철저하게 논리적 일관성을 추구해 명리학의 주요 개념 전반을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어 낸다. 이제 명리학이 그렇게 연결된 개념들로 어떻게 개인의 삶을 풀이해 내는지 간단히 살펴본다.

세상 만물의 생성・변화・소멸에는 엄격한 법칙과 질서가 있으며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이는 만물이 음과 양이라는 대립된 기운의 관계 속에 일정한 단계를 거치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만물이 음양이 대립된 채 통일된 상태에서 변화하는 양상을 크게 다섯 가지 기운으로 부호화할 수 있으니 첫째 생성하며 위로 뻗쳐 나가는 봄의 기운인 목, 둘째 확산하며 뻗어나가는 여름 기운인 화, 셋째 중계하고 전환하는 땅의 기운인 토, 넷째 안으로 모여들며 수축하는 가을 기운인 금, 다섯째 아래로 끌어내리는 겨울 기운인 수가 그것이다. 이상을 요약해 "만물은 음양오행의 법칙과 기운을 따라 움직인다”(주희)고 말한다.

우선 오행의 흐름을 구분해 살펴보자. 오행의 흐름은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는데 하나는 목・화・토・금・수의 순서에 따른 흐름으로 이는 서로를 살려낸다는 뜻에서 상생의 흐름이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오행을 하나씩 건너 뛰는 목・토・수・화・금의 순서에 따른 흐름으로 이는 서로를 억누른다는 뜻에서 상극이라 부른다.

비유하자면 봄비가 온 뒤 새싹이 자라 나무로 자라는 것을 목생화라 부르니 즉 상생이다. 반대로 물을 뿌리면 불이 꺼지는 것을 수극화라 부르니 즉 상극이다. 상생과 상극은 음양오행과 더불어 명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사주에 나타나는 모든 관계는 이에 기초하여 설명된다.

이어 개인의 삶이 나아가는 흐름을 살펴보자. 명리학의 탐구는 철저하게 한 개인의 인생사를 다루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한 사람이 태어난 연도, 태어난 달, 태어난 날짜, 태어난 시각을 재료로 삼는다. 이 때 연월일시 각각을 바로 그 순간에 해당하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 두 글자로 포착하여 모두 네 기둥 여덟 글자로 표현하니 이것이 사주팔자(四柱八字)다.

이 때 하늘의 기운 즉 천간은 음양과 오행이 차례로 나아가는데 이를 갑을(목, +-)・병정(화, +-)・무기(토, +-)・경신(금, +-)・임계(수, +-) 즉 10천간으로 표현한다. 땅의 기운 즉 지지는 하나의 양음을 토의 기운이 중재하여 다음 양음으로 이어주니 해자축(수+-, 토-)・인묘진(목+-, 토+)・사오미(화+-, 토-)・신유술(금+-, 토+) 즉 12지지로 표현한다.

사주풀이란 이처럼 출생 시점에 주어진 시공간의 상태를 당사자에게 고유한 8가지 부호로 기록한 뒤, 이들 각각의 음양과 오행을 대조하여 그것들의 관계를 정밀하게 해설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이 때 해설자에 따라 수준은 하늘과 땅의 격차를 보이는데, 이는 부호들에 내재된 상징과 부호들이 일으키는 관계 양상이 실로 천변만화하기 때문이다. 명리학은 몇 가지 도구(개념)를 사용해 이 관계를 분석하므로 일정 단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해설에 이를 수 있는데 그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 육친(六親)이다.

육친을 이해하려면 사주팔자 가운데 일간에 해당하는 부호가 자기 자신을 상징함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일간은 정(丁)인데, 이는 음양으로 보면 음이고 오행으로 보면 화(火) 기운이다. 나머지 일곱 자들도 이런 식으로 음양과 오행의 기운이 있고, 이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가진다.

가령 일간이 정(화, -)이고 연간이 신(금, -)이라면 화 기운인 일간이 금 기운인 연간을 극하는 것으로 읽어 재성이라 보고, 또 부호가 일치하므로 재성 가운데 편재라 부른다. 이 때 재성은 재물이나 부친 애인 등을 의미하며 편재라는 것은 같은 극끼리 충돌하여 불안정성이 높은 상태임을 뜻한다.

이런 방식으로 일간과 다른 부호들이 각각 음양과 오행에 따른 열 가지 상태 중 하나를 취하니 이들이 육친이다. 간지의 특성과 육친의 종류를 파악해내는 일이 명리해석의 첫 관문 또는 입문 절차라 할 수 있다. 명리학이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라면 여기까지가 적당할 듯하다. 이와 달리 실전에 입문하려는 독자라면 먼저 저자의 다음과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

“명리학은 음양오행의 상생・상극이 그 바탕이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 구분하지 못하면 사주를 볼 수가 없다. (...) 음과 양은 물론 상생과 상극의 관계까지 보는 즉시 머리에 떠오르지 않으면 그것을 따지느라 정작 중요한 그 이상의 다른 부분을 볼 수 없다.”

요약하면 천간과 지지 각 기호들을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수준까지 외우고 또 외우라는 것이다. 결국 명리학의 정합성은 그 길에 스스로 올라서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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