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금 제주 서남쪽 끝에 있는 모슬포에서는 방어축제가 한창이다. 올해 17회째를 맞이한 방어축제는 매년 2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제주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어획량이 줄어 걱정이다. 지난해 모슬포수협의 방어 입찰액이 그 전해보다 25%나 줄었고 대신 동해안 고성에는 160%이상 늘어났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제주와 동해의 방어 경매비율이 6대4 정도로 제주가 많았으나 요즘은 3대7 정도로 동해가 많아졌다.

▲ 남영진 논설고문

갑자기 서울지역 횟집에 대(大)방어라는 메뉴가 자주 보인다. 큰 방어면 방어지 왜 대방어인가 횟집주인에게 물어봤더니 특별한 이름이 아니고 길이 1m 정도의 큰 방어를 그렇게 부른단다. 그러면 왜 대도미, 대조기, 대고등어라고 안하냐고 하니깐 대방어는 횟집서 요즘 유행하는 말이란다. 온대성 고기인 방어는 여름철에는 동해, 남해에서 나오지만 11월부터 제주도까지 내려가 2,3월까지 서귀포 앞바다와 가파도, 마라도 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철인 11월에도 제주도로 많이 안내려가서 원래 있던 동해나 남해에서 많이 잡히고 크기도 동해 것이 제주도서 잡던 것보다 크다.

방어는 어류 분류로는 조기강, 농어목, 전갱어과에 속해 우리나라 근해어임이 분명하다. 태평양에 면한 한국, 일본, 하와이까지 분포돼 있다. 북으로는 캄차카반도의 남부에서 남으로는 대만해역까지 회유를 한다.

산란 시기는 2월에서 6월. 전갱어, 정어리, 멸치 등을 잡아먹는다. 동해안에서 가을에 멸치떼를 좇아 해안에 접근하는 방어떼는 너무 커서 멸치를 잡으려다 방어떼의 방해를 받는 수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크기는 60cm(4~5년생) 내외다.

우리나라 겨울 횟감으로는 최고로 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어나 가자미는 바다 밑바닥에 붙어살아 겨울철에는 잡기가 힘들다. 대신 낚시로 잡는 방어나 채낚기로 잡는 오징어회가 제철이었다.

10여년전 겨울철에 서귀포에서 10여명이 작은 배를 빌려 세네번 방어낚시를 해봤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선장이 내어주는 줄낚시에 5~6개의 인조 미끼(루어)가 달려있어 배가 앞으로 나갈 때 뒤편에서 낚시줄만 풀어주면 된다.

배가 달리면서 성미 급한 방어가 쏜살같이 문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배속도가 있어 줄이 팽팽해지고 당기는 맛이 제법이다. 1번 정도 실패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5마리 이상이 잡혀 선상 회파티를 하기엔 충분했다.

빨간 살과 흰 살이 섞인 방어회는 초고추장만 있으면 맛이 그만이다. 추운 배에서 ‘한라산’ 소주와 딱 어울리는 맛이다. 이때 모양이 비슷한 ‘부시리’도 잡히는데 구별이 안 된다.

‘좌광우도’라고 광어와 도다리를 눈 위치에 따라 구분하듯이 방어와 부시리는 위턱의 끝부분을 보고 구별한단다. 끝부분이 둥글면 부시리고 각이 져 있으면 방어다.

그런데 최근에는 방어와 부시리의 혼혈종이 출현해 턱으로는 구분이 잘 안 된다. 방어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단이 거의 나란한데 부시리는 배지느러미의 끝단이 가슴지느러미보다 더 뒤쪽까지 내려온다.

일본사람들이 많이 먹는 가쓰오(カツオ. 우리말로 가다랑어인데 영어로는 Oceanic bonito)와도 헷갈린다. 흑색의 몸체에 배는 금속 광택을 띤 은백색이고 그 위에 4~10줄의 검은색 세로띠가 있는 것이 난류어인 가다랑어다.

가다랑어와 참다랑어, ‘바다와 노인’에 나오는 카리브해의 흑새치, 돛새치, 청새치 등을 뭉뚱그려 참치라고 한다. 열대 지방에서 참치 원양어선에서 잡는 참다랑어는 일본 스시(초밥)의 최고재료이고 먹어도 탈이 없는데 제주근해에서 잡힌 가다랑어는 살이 붉고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에 횟감으로는 인기가 없다.

▲ 지난해 11월 19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열린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방어맨손잡기 체험 참가자들이 방어를 잡고 즐거워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가다랑어는 남태평양에서 난류를 따라 회유하며 우리나라 제주도와 흑산도, 남해까지 올라와 1m까지 성장한다. 일본사람들은 회로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 말려서 대패로 얇게 떠내 ‘가쯔오부시’를 만든다. 이것이 일본우동의 국물 맛인 단맛을 낸다.

우리가 잔치국수를 멸치국물로 하듯이. 회나 스시를 상식하는 일본은 방어나 참치의 수요가 많아 방어는 이미 대량양식을 하고 있다.

방어가 겨울철 제주산이 주류라고 알지만 역사책엔 이미 동해가 주산으로 되어있다. <세종실록>에 방어가 대구 및 연어와 함께 함경도·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고 되어 있다. 제주도보다 강원도 이북의 동해안에서 주로 잡았다는 것이다.

18세기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경상도·강원도 및 함경도 각 지방의 토산에 방어(魴魚)가 들어 있다. 지방질이 많아 관북(關北)의 어가에서 이를 잡아 기름을 얻었다고 하였다. 육지에서 끌어올리는 지인망(地引網)으로 잡는데 한 그물에 4,000마리까지 잡힌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방어 어획량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로 들어서면서 급증해 1924년에 최고기록이었다. 당시 기름을 짜던 정어리도 많이 잡혀 동해안에 기름을 짜는 공장도 있을 정도여서 이를 먹으러 몰려온 방어가 지천이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멸치와 방어를 함께 잡기 위하여 그물을 친 일이 있었는데 방어떼가 걸려들어 그물이 무거워 끌어올리지 못하고 결국 그물이 찢어진 적도 있다한다.

방어는 참치처럼 기름이 많은 뱃살을 회로 먹고 구이, 튀김, 산적 등으로 먹지만 회로 못먹는 육지에서는 염장해온 머리 부분을 무와 함께 지져먹으면 밥도둑이 된다.

일본에서는 버터구이 같은 구이요리를 최고로 친다. 방어는 몸에 독특한 향을 지닌 지방성분이 많아 겨울이 제철이다. 봄에 산란 후에는 기름기가 급격히 줄어들어 여름철에는 별로 맛이 없다.

등 푸른 생선의 특징인 DHA 및 EPA, 타우린 등이 많아 혈액중의 중성지질과 LDL-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린다.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혈전, 뇌졸중과 같은 순환기 계통의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한 어린이가 방어맨손잡기 체험에서 방어를 잡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방어나 참치는 크면 클수록 맛이 좋은 어종이다. 초밥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참치에 못지 않은 맛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방어를 ‘부리’라고 하는데 ‘히라스’라는 사투리도 쓰인다.

바다 온난화와 남획으로 그 많던 명태, 정어리 등이 거의 멸종됐지만 명태는 이제 양식업으로 되살리고 있다. 많아서 잘 먹지도 않던 도루묵이 10여년 전에 거의 안 잡히다가 다시 보인다. 대구도 인공수정한 치어를 가덕도 근해에 풀어놓아 오호츠크해까지 갔다가 돌아와 요즘은 대구가 명태보다 흔하다. 자연은 관심을 갖고 관리하면 되살릴 수 있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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