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지난 11월 초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다양한 경호 방안을 내놓았는데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 김선태 편집위원

당시 일본 외무성이 ‘미국 대통령 방일준비 사무실’을 설치해 공황부터 숙소, 경호 등 분야별 준비에 주력했는데, 특히 트럼프 방일 중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소형 무인기 공격을 대형 드론으로 저지하는 ‘무인항공기 대처부대(IDT)’ 배치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드론의 활용 반경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군용드론, 가공할 위력을 지닌 어둠의 암살자

무기로서 드론의 유래는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이 개발한 비행폭탄 V1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후 군사용 드론이 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현대전에서 드론은 여러 차례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고, 심지어 드론 중심의 군사 작전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그중 하나인 ‘탱크 플링킹’과 관련된 사례를 소개한다.

“1991년 걸프 전쟁 때 야간에 주차된 이라크 탱크가 불가사의하게 폭발하는 사건들이 발생했고 이는 이라크군에 혼란을 야기시켰다. 탱크 승무원들은 따뜻하게 자기 위해 탱크 안과 아래에서 잠을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안가서 밤에 잠잘 때는 탱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 『드론 백과사전』 = 마틴 도허티 지음, 이재익 옮김, 휴먼앤북스. 2017년 10월 25일. 260쪽.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가 하면, 어둠 때문에 맨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탱크가 주변과는 온도가 달라서 적외선 장치나 열화상 장치에 쉽게 눈에 띠었던 것이다. 정찰기는 어두워지고 나서도 오랫동안 식고 있는 탱크를 볼 수 있었고, 곧 ‘탱크 플링킹’이 실행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정찰기가 사용자의 지속적인 제어가 필요 없이 자율적으로 운항하는 무인 항공기 즉 드론이다. 보이지 않는 적이 한 밤중에 탱크를 마치 족집게처럼 골라서 터뜨리자 이라크군은 공포에 사로잡혔고, 이후 일부 이라크군은 드론 부대가 출격했다는 말만 들어도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드론의 배치로 지구 전역에서 전쟁의 방식마저 바뀌었다 할 수 있다. 현대전은 전통적인 전장이 아니라 4차원 전투 공간에서 일어난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전투 공간’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때 군사 지휘관은 지형과 날씨 이외에 육해공을 포함한 작전 반경과 지구 반대편의 적 지휘관(그가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 타격을 명하고 있다), 나아가 전자기파 스펙트럼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 책은 무인 항공기의 역사를 탐구하고 드론의 작동원리가 진화해 온 과정, 그리고 오늘날 사용 중인 잘 알려진 군용 및 민간용 드론의 특징을 설명한다. 치명적인 무장드론인 MQ-9 리퍼와 장시간 체공기인 RQ-4 글로벌 호크에서부터 손으로 던져서 이륙하는 소형 드론인 크롭캠과 레무스 자율 무인 잠수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드론이 등장한다.

▲ 최대 약 15,240m 상공에서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으며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스텔스 드론 RQ-170 센티넬.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에 투입되어 그가 사용한 화합물을 탐지하고 지역의 무선 송신을 감시했고, 미군은 이 자료에 기초하여 라덴을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드론의 진화, 윤리적 법적 문제 발생시켜

드론의 위력은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실제로 미군은 ‘PD-100 블랙 호넷’이라 불리는 초소형 드론을 사용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명 나노 드론이라 불리는 이 기체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고 무게가 16g에 불과하며 사실상 소음이 없다. 이런 이유에서 적군은 바로 뒤에 블랙 호넷이 떠 있어도 눈치 채지 못한다. 미군은 수백 미터 밖에서 적이 숨은 실내에 블랙 호넷을 투입하고, 그것이 보내는 영상으로 상황을 실시간 파악한 뒤 신속하게 진압 작전을 수행한다.

드론은 이처럼 전투에 사용될 뿐 아니라 사진, 지도 작성, 경찰 업무, 배달, 수색과 구조, 기상 탐지 같은 일상 업무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우주 드론은 아마도 가장 진화한 활용 사례일 것이다. 미 항공 우주국(NASA) 승무원들은 지난날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용 항공기에 탑승하곤 했는데 오늘날 많은 경우 이 일을 드론이 대신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항속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늘에 또는 궤도 바깥에 떠 있어 거의 무제한으로 ‘우주 실험’을 수행한다.

당연히 드론이 미칠 악영향이나 그로 인해 발생할 법적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를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표현하고 있다.

“드론이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점점 더 보편화되어 가면서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인 항공기에 무기를 탑재하는 것이 윤리적인가? 또는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을 날리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국가 안보에 대한 영향은 어떤가? 사생활에 대해서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은 법원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도시 지역에서 잠재적으로 위험한 비행 기계의 운항을 규제하기 위해 어떤 법규를 제정해야 하는가?”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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