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리즈③ 자중지란, 암호화폐의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다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미국의 억만장자 팀 드레이퍼는 약 1개월 전,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5년 뒤에는 지금과 같은 법정화폐를 사용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웃을 것”이라면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드레이퍼는 말로만 암호화폐에 확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다. 2014년 7월, the US Marshal(미국 법무부 산하의 연방법 집행기관)이 불법 온라인 마약상거래 업체인 실크로드를 습격하여 획득한 비트코인을 경매에 넘겼다.

실크로드는 운영자를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온라인상에서 마약이나 총기 등 불법적인 거래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서 법 집행기관의 단속을 몇 년간이나 피해오다가 미 연방수사국(FBI)과 US Marshal 합동단속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 경매에서 드레이퍼는 약 3만개의 비트코인을 모두 낙찰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에 낙찰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시 시세로 보면 약 200억원 수준에서 낙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거의 12배로 상승한 2,400억원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 그가 암호화폐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미래의 주력화폐가 된다는 것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자국의 법정화폐를 고수하기 위해 각 나라 정부에서 내 놓을 정책이나 규제보다도 더욱 암호화폐의 성장을 가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암호화폐 내부의 분열과 혼란이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싸움은 암호화폐의 원조 비트코인 이야기이다.

비트코인은 거래량이 늘어나자 현재의 1MB인 블록의 크기로서는 거래가 체결되는 시간이 길어지자 비트코인을 주도하는 커뮤니티 사람들이 모여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을 만들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하드포크(hard Fork)와 소프트포크(Soft Fork)를 주장하는 파벌로 나누어지고 대립이 심화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심에 설치된 비트코인 ATM기[암스테르담=AP/뉴시스 자료사진]

소프트포크는 특정 화폐를 관리하는 기존의 블록체인의 룰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며 하드포크는 기존의 룰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룰을 가지는 것으로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주로 미국의 비트코인 관련 회사와 기술자들이 원조의 가치를 주장하며 하드포크로 분리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면 세계 채굴시장의 6~70%를 장악한 중국 비트메인(Bitmain)의 주인 우지한을 포함한 채굴파들은 크기가 커질수록 채굴효율이 떨어지므로 하드포크를 주장한다.

우지한은 지난 8월에 독자적으로 기존의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분리한 비트코인캐시(BCH)를 만들어 ICO(코인공개·Initial Coin Offerings)를 진행하면서 비트코인의 후계자 자리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 비트코인(BTC) 가격(왼쪽 축)과 비트코인캐시(BCH) 가격(오른쪽 축) 추이/자료=빗썸

최근 급격한 두 화폐의 가격변동은 마치 중동의 무슬림들이 과거 후계자를 둘러싸고 싸움이 일어나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누어진 것과 너무나 유사하다. 비트코인의 적통을 비트코인캐시가 이어갈 수도 있다는 추종자들의 주장으로 비트코인캐시는 급격한 가격상승을 보이면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3분의1까지 따라 잡는다.

이런 영향으로 CME(시카고선물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이 도입된다는 호재가 나와 개당 900만원을 바라봤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2일에는 650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존의 비트코인측이 반격에 나서자 11월 13일부터는 두 화폐는 서로 비방하면서 하나가 오르면 다른 것은 내리는 전형적인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미국인이든 중국인이든 그들은 암호화폐로 이미 큰 돈을 번 사람들인데 탐욕을 가지고 계속 싸우면 암호화폐 모두가 죽고 그러면 그들의 번 돈도 다 날리게 될 것이다.

▲ 팀 드레이퍼/구글 이미지 캡처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에 대한 실망으로 출현한 대안화폐이다. 이렇게 내분으로 시장을 혼란과 분열로 아수라장으로 만들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맛있는 집으로 너무 유명하여 한 그릇 먹으려면 사람들이 긴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어느 원조식당이 있다. 주위에 크고 시설 좋은 식당이 아무리 많아도 굳이 그 식당만을 찾던 식도락가들이 만일 식당주인이 돈에 욕심을 내어 식당을 확장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래의 맛을 잃게 된다면 아무도 식당을 찾지 않는다는 시장의 생리를 정녕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왜 모른단 말인가?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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