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재계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국민신뢰 스스로 포기한 셈”

최아람 기자l승인2020.06.04l수정2020.06.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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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검찰에 수사심의원회를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2018년 검찰이 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중인 상황에서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관련 기록 등이 방대해 수사심의위 결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인 데다 불기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발 빠르게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검찰이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구속기간 내에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구애받지 않고 이달 중으로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기각 사유 분석 등을 이유로 향후 수사 일정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미·중 갈등 등 가뜩이나 죽을 맛인데...또 총수 부재 위기감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후 이틀 만에 이뤄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억울해 하는 분위기와 함께 또다시 총수부재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역력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나 미국·중국 갈등 등 대외 변수가 위중한 상황에서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 왔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재계에서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면서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상태다.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자신에 대한 기소 적절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는데, 검찰은 수사심의위 불과 이틀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심의위는 검찰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소집 신청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굳이 영장 청구한 까닭은..."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어"

지난 2018년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다.

검찰이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자체개혁방안으로 도입했다.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검찰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제1조 [목적]에서 이 지침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윈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결국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구태여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작정을 하고 구속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검찰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중에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이는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아람 기자  e5@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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