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의 정성 가득한 영접 속에 한미 정상회담에 나섰다.

일본에서 생애 최고의 환대를 받고 무기 판매에서도 성과를 낸 트럼프는 의기양양하게 한국방문을 시작했고, 한국 정부 역시 최고의 예우와 준비로 트럼프를 환영하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초석이기에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이 호흡을 맞춰 한미간에 미래지향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 외교력 총동원해 전쟁 아닌 상생과 협력의 길 열어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의전상 최고의 예우를 받는 국빈방문 형태로 이뤄진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아버지 부시’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이며,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에 앞서 방문하는 동북아의 핵심 국가인 한·중·일 3국 중에서 주요 정책연설을 하는 것은 우리 국회가 유일하다.

트럼프의 이번 아시아 순방의 핵심 의제가 북핵이라는 점에서 북핵 해법의 비전을 담을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의미가 크고, 우리 정부로서도 의미 있는 해법을 미국 정부와 함께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짧은 일정 속에 한국 정부는 트럼프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며 더불어 한미동맹의 가치를 키우고, 한반도의 전쟁을 막는 한편 평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키워가야 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다지고 대북 공조를 강화하면서, 강압과 제재 일변도를 탈피해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해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미 외교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한반도의 주체로서, 동북아의 핵심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는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친미 사대주의에 찌들어 미국의 요구에 맹종하는 세력, 안보상업주의로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핵무장 등 국제 사회의 제재를 불러올 무리한 주장을 강조해온 극우 세력에게는 불만이겠지만, 향후 한반도의 안전과 통일,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동북아의 협력과 평화를 가져올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고 촛불혁명이 제시한 시대적 과제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일 오후 공식환영식이 열린 청와대 대정원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고, 동북아와 한반도에 평화의 길을 여는 일이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 펼쳐지는 최근 지정학적 정세에서 자칫 우발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재래식 공격을 하면 첫날 남한에서만 3만~30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한을 가릴 것 없이 한반도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렇기에 극우 인사나 국정농단 세력을 제외하고 진보 보수 진영 모두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절절한 호소와 당부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 통 큰 벼랑끝 전술에 말리지 않고, 트럼프를 설득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협상의 원칙에 근거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밝혔듯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그 과정에서 화통하게 상대와 거래하는 ‘통 큰 협상’을 추구한다.

그와 협상할 때 세세한 부분에 집착해 구질구질하게 보이도록 지나치게 신중하게 행동하거나, 말을 돌려 암시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판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또 그는 '나는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이 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도 부드럽게 대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협조적이지 않으면 아주 거칠게 반격한다'는 ‘반격의 원칙’을 자신의 벼랑끝 전술과 결합시켜 펼치곤 한다.

트럼프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개정협상에 나섰다.

그는 협상을 자국에게 유리하게 이끌고자 하는 강경한 태도로 한국을 압박하는 한편 미국의 전략자산 일부에 대한 이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국 정부의 구매를 독려하는 승부수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의 협상법과 행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실무오찬을 진행하기 전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도쿄=AP/뉴시스】

특히 중요한 것은 한미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대결이 아닌 협상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성과 없이 북한에 대한 강압적 제재에만 나서다가 북한의 도발을 유발하거나, 또는 실제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상황을 악화시키며 군사행동 경고나 전쟁 위협에만 머무르는 과거 행태를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열린 공간으로 나오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최근 “전쟁없이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이같은 우리 정부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며,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내의 다양한 목소리가 더욱 분출함으로써 더욱 큰 가능성을 만들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취임 이후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의회를 설득하는 한편, 각계와 손을 잡고 협력과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정치권과 시민사회, 초당적으로 협력해 성공 이끌어야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6일), 한미(7일), 미중(8일) 등 아시아 정상들과의 연쇄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며, 그동안의 거친 벼랑끝 전술을 통한 이익 챙기기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시민들 앞으로 방한을 반대하는 손 피켓을 든 대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세계 최강국이 자국을 지지해온 동맹국가마저 압박하고 눈에 보이는 꼼수로 작은 이익을 챙기려하는 모습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동맹 국가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평소의 점잖은 신사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해 트럼프와 동맹국 지도자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핵 해결책을 만들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설득하며 한반도 주변 열강들에 대해 협상력과 조정력을 발휘해 운전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마음을 바꿔내야 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초당적인 모습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사사건건 발목잡기와 반대에만 나서온 야당들도 한반도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각 정파와 국민들이 힘을 합쳐 트럼프 방문을 계기로 악화된 한반도 정세가 돌파구를 찾도록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전쟁과 대결을 막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찾아내기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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