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목적이든 아니든 미술품에 좀 더 관심 가져야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보통 서민들은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고려해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12월 검찰이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들 집에서 소장품 압류를 통해 확보한 그림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적이 있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거실에 걸렸던 이대원(李大源) 화백(畵伯)의 농원과 겸재(謙齋) 정선(鄭敾)과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등의 작품 16점이 수록된 화첩(畵帖)이 추징금 회수를 위해 경매에 붙여지면서 미술품 가치평가에 대해 사회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모든 출품된 미술품들이 판매 완료됐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미술품 투자가 활성화 된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고 낙찰률을 높이려고 경매개시 가격을 낮게 잡아 그런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고려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부자들도 마찬가지로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미술품이 부동산이나 금융상품보다 투자에 있어 후순위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매입할 때나 매도할 때 거래되는 가격이 매우 주관적이고 거래의 유동성도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재테크의 수단으로 잘 활용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큰 부자들이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미술품 경매는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by’s)가 세계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 두 회사의 경매에서 최고가를 제시하고 그림을 구입하는 중국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외신을 접한다.

아래 사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가격에 낙찰된 모딜리아니(Modigliani)의 ‘누워있는 나부(Nu couche)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슈퍼리치인 왕웨이王薇) 롱미술관 관장이 원화로 약 1,900억 원에 낙찰 받아 국내 언론에서도 집중 보도된 적이 있다. 참고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은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라고 하니 사진이라도 감상을 하길 바란다.

▲ 화가 겸 조각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裸婦)' [뉴욕=AP/뉴시스 자료사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의 생은 그리 길지 못했는데 특이하게도 여인의 초상화만 그렸던 독특한 개성의 작가이다. 그런 그가 1916년과 1917년 사이에는 집중적으로 누드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런 누드화를 가지고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 개인전에서 그림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전시 하루 만에 철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중국인들이 소득이 높아지면서 미술품에 보이는 열정은 한국 부자들도 좀 배워야 할 점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는 세계 11~13위라는데 미술시장은 몇 번째나 될까?

쩡판즈(曾梵志)는 아방가르드 그룹을 대표하는 중국의 3세대 현대미술 작가다. 그의 2001년 작 ‘최후의 만찬’은 2013년 10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326만 달러(약 256억원)에 판매되었다.

추이루줘(崔如琢)의 2006년 작품 ‘눈 쌓인 산(Landscape in Snow)’은 지난해 4월 홍콩 폴리옥션을 통해 2,372만 달러(약 261억원)에 판매됐다. 중국계 미국 화가인 추이루줘는 중화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과거에 필자의 지인이 부자들을 위해 미술품을 중개하는 일을 했는데 오히려 지금보다도 훨씬 더 활발하게 미술품들이 거래되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그림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정립되기 전이었고 거래도 투명하지 못했다. 구입가격이나 판매가격 같은 정보는 매매를 담당하는 갤러리 외에는 알 수가 없었으며 증여와 상속세 회피 목적이나 선물이나 뇌물 목적으로도 취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의 목적이든 아니든 사람들이 미술품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국내의 미술품들은 세계적인 명화들에 비해 너무 헐값에 팔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 크리스티 직원들이 지난 2015년 5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열린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경매 중 전화로 구매자들의 가격 제시를 받고 있다.【뉴욕=AP/뉴시스 자료사진】

왜 국내 유명 화백의 작품은 다른 나라 화가에 비해 100분의 1~10분의1에 거래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인터넷종합쇼핑몰 인터파크에서 아트갤러리를 열어 저렴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온라인상으로 취급한다고 하는데 이런 갤러리들이 우리들 생활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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