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부동산 투기도 잡아야 하지만 가장 즉효약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인상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 최성범 주필

실요자와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택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많지 않다. 사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없다. 결국 이 상황에서의 선택은 단계적 해결이라고 봐야 한다.

우선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빚은 한국경제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그 규모가 지난 8월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5.6%인 1406조원 규모나 돼 한국경제로선 발 아래에 용암에 흐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5%)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 가계빚은 2007~2014년에 연평균 60조원씩 늘었으나, 2015~2016년에는 연평균 129조원씩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에 박근혜 정부가 경기활성화의 한 방편으로 부동산활성화 대책을 펴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식으로 부동산 규제를 마구 풀고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탓이 크다.

게다가 경기 침체의 여파로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데다, 연말에는 145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7·8월 가계부채가 8조~9조원씩 각각 증가해 한국경제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그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 정도가 상환이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됐고, 100조원 가량은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문 대통령은 가처분소득 대비 179%까지 치솟은 가계부채 비율을 150%까지 낮추겠다며 가계 빚 줄이기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즉효약이다. 문제는 서민층들의 금리 부담이다. 하지만 이 경우 생활비가 부족해 빚에 의존하게 된 실직자, 자영업자, 청년 구직자들에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라는 대책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함부로 대책을 꺼내들지 못했다.

▲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빚 문제는 단순히 금리인상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기를 되살리는 과감한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을 찾은 시민들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2012년 이후의 저금리 기조는 도처에서 부작용을 일으켰다. 대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돈이 증시로 먼저 몰렸다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게 상식이지만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부동산으로 먼저 몰렸다. 대표적인 게 상가 투자 열풍이다. 은행 금리가 2% 전후가 되자 시중 여유자금은 은행 문을 나와 보다 높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가장 만만한 투자 대상이 상가였다. 일정한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데다 아파트와는 달리 규제가 없었던 탓이다.

상가 투자 열풍은 한국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큰 돈을 투자한 상가 주인으로선 임대료를 올림으로써 수익률을 유지해야 했고 결국 이는 상점 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관광지로 부상한 지역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저금리 때문이다.

그래도 위안거리는 저금리 기조 속에 건설업이 활기를 띄면서 기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를 그나마 이끌어 왔다는 점이었다. 이는 올해 2.4분기중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사드 여파로 수출 감소 속에서도 건설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8.9%, 설비투자는 17.2%나 증가했다. 지난해 모든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건설투자는 지난해 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정부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업만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 물을 끼얹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 속에 일단 불이 붙은 부동산 열풍은 강남권의 재건축과 맞물리면서 또 다시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갭 투자를 비롯한 아파트 투기 열풍은 부동산 가격 급등현상을 초래했다. 결국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규제하는 8.2 대책이 나온 배경이다.

경기 나아지며 연내 금리인상 단행 확실해져…실물경기 되살리는 정책 절실

8.2 대책만으로 부족하자 신규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정할 때 기존 주택대출 원금까지 반영하는 '신 총부채 상환비율(신DTI)' 도입을 골자로 한 10.24 대책을 발표했다. 서민들이 무리해서 빚 내서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제 가계부채 대책을 제시한 만큼 금리 인상은 시간 문제로 봐야 한다. 미국이 2015년 말 이후 무려 세 차례가 걸쳐 금리를 인상한 데다 부동산 투기 억제, 가계부채 대책 등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될지를 우려했지만 다행히 경기가 조금은 나아져 올해 성장률이 3%를 넘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연내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는 강력한 대책에다가 금리 인상까지 이뤄질 경우 부동산 시장은 위축될 게 뻔하다. 문제는 다시 성장이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실물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 의욕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이 절실하다. 부동산 대책도 공급 증가 정책을 병행하지 않고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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