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숭실대 겸임교수]

긴급재난지원금 논란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우리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금세기 미증유의 사건이다.

이에 동반한 경제위기 속에 비상경제대책의 일환으로 긴급재난지원금(재난기본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국민 사이에 진즉 형성되어 있지만 지급범위 이슈를 가지고 여당과 중앙정부, 이제는 여당과 야당 간 소모적인 힘겨루기에 국민들은 피로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반해 지방정부는 재정 상태와 처한 상황에 따라 나름 각자의 방침을 이미 결정하고 몇몇 광역시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급을 시작하였다.

그 예로 경기도에서는 4월 9일부터 온라인 신청을 받았고 20일부터는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통해 한국을 이끌어가는 정당과 정부의 정책결정 능력과 소통의 단면을 보고 이들의 성적표를 공개한다.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의 경과 과정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국민에게 약 1000달러(약 12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추진하겠다고 하였고 홍콩과 대만 등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 빌 브라이언 미국 국토안보부 과학기술국장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제임스 브레디 브리핑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이러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이루어지자 기획재정부는 처음에는 소득하위 50%를, 그 후 70%까지 지급범위를 확대하여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방안을 확정하고 7조6000억원의 추경안을 제출하였다.

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이상 100만원의 지급 구조를 가정해 마련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하위소득자 분류를 위해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신속한 집행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여왔고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재난지원금 대신 세금감면을 주장하다 지난 총선 기간 중에는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주장한다.

서울시와 경기도, 경상남도 등의 광역자치단체와 경기도 성남시 등의 지자체에서는 일찍이 지급규모와 방식을 결정하였지만 집권 여당과 기획재정부의 엇갈린 주장으로 혼선을 빚어 왔고 정치권의 합의도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집권 여당과 기획재정부의 의견 불일치로 지급시기가 지연되고 비판여론이 나오기 시작한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개입과 기획재정부의 양보(?)로 고소득자 중심의 기부 유도를 전제로 지급범위를 전 국민의 100%로 하는 안을 당정이 합의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러자 이제는 입장을 바꾼 통합당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고 있어 국회에서 추경안이 언제 통과될지 불확실해졌다.

제1라운드: 재난기본금이 필요한가에 대한 견해

재난지원금이 처음 언급되었을 때 보수적인 관점에서 재난기본금 지급을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나 선거용 공약으로 간주하고 나라의 재정악화를 우려하여 많은 반대의견들이 개진되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재난지원금 지급을 자식에게 빚을 안기는 나쁜 부모들의 잘못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움츠러진 소비심리, 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국민을 돕기 위한 비상경제대책인 점에서는 더 많은 다수가 동의하게 되었다.

진보주의자는 물론 시장주의자마저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여 재난지원금에 대한 제1라운드 당위성 논쟁은 마무리 되었다.

제2라운드: 지급범위 이슈에 대한 2가지 견해

짧게 마무리된 제1라운드에 비해 제2라운드에서는 지급범위에 대한 문제로 인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지급범위를 확대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한다. 추가적인 예산이 약 3조5000억 원(추정)이 더 소요될 터인데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파급영향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여력을 모두 소진할 수 없고 재원마련을 위해 국채발행을 늘리는 것을 경계한다.

이런 빠듯한 재정상황에서 재산이 많거나 고소득자까지 지급대상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실직이나 임금삭감의 위험이 없는 공무원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돈 많은 사람에게까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도 동의하지만 국민을 70%와 30%로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지급시기가 지연되는 것을 우려한다.

게다가 국민을 소득으로 인위적으로 분류하여 마치 편 가르는 것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급범위를 전 국민으로 하자는 것이다.

의료보험료나 재산세 혹은 부동산 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분류하여야 하는데 어떤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 중엔 억울해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이 전혀 없는 노령 은퇴자지만 고급아파트가 있는 사람이나 작년에는 근로소득이 있었지만 금년에는 실직한 경우 등 사회통념상 받아야할 가구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 뉴시스 그래픽

반대로 종합소득 합산 과세되는 기준보다 낮은 금융소득이나 강연료 등 기타소득이 상당한 경우 굳이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오히려 받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기획재정부도 70% 안을 주장하면서도 지금까지도 섣불리 기준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기준 마련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지급시기를 늦추는 것보다는 부자들의 자발적 기부를 기대하거나 재정의 문제가 있다면 지급금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어떡하든 빠른 집행이 우리 경제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

소득을 통해 국민의 생활형편을 재는 것도 어렵지만 생활형편은 소득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득은 높아도 필요불가결한 비용, 즉 교육비나 의료비 등을 많이 지출해야 하는 가구들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옳은가? 재정을 아끼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형평성의 논란과 국민을 나누는 것에 의한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은 깊이 고려돼야 했다.

제3라운드: 여야의 정쟁

기획재정부의 수용 아닌 수용으로 이제 제3라운드에 들어왔다. 총선기간 중 당시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약속하여 금액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급 범위는 민주당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총선 후인 지금에서는 입장을 바꾸어 기획재정부의 원안을 지지한다고 한다.

통합당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은 “나라 곳간을 털어먹는 일”이라고 한다. 황교안 전 대표의 말은 100조원 재원 마련을 전제로 한 약속이었다고 한다. 그럼 총선 기간 중에는 나라 곳간을 털어먹어도 되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그 말을 바꾸어도 되는가?

4류 정치와 3류 관료행정이 해야 할 일

삼성 이건희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 “우리 정치는 4류, 우리 관료행정은 3류, 우리 기업은 2류”라는 그 말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우리를 정확하게 집어냈는지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25년이 지난 지금 한 단계도 올라가지 못했는지 아쉽기만 하다.

▲ 김재원(사진 왼쪽 첫번째) 국회 예결위원장과 구윤철(오른쪽 첫번째) 기획재정부 2차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추경)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뉴시스

그 와중에도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본다. 신속하면서도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집행한 것을 보면 재난기본금 이슈에 있어서 A학점을 부여해야 한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는 리더십이 아쉬운 여당은 B학점, 현실감각이 부족한 기획재정부는 C학점, 그리고 야당은 낙제점에 가깝다.

당정과 여야가 우려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국민에게 있다. 당정이 힘을 합하고 여야가 한 목소리로 국민에게 호소하는 제4라운드를 기대한다. 97-98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때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인 국민은 3류 관료행정과 4류 정치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을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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