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제21대 총선에서 보여준 한국정치에 대한 민심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날카롭고 거대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마치 엄청난 해일이 덮쳐와 대립과 갈등, 색깔론과 지역감정으로 갈라진 한국정치를 뒤엎어버린 형국이다.

한국정치는 이제 민심이 요구한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고, 변하지 않으면 퇴출되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됐다.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말했던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세계에 선보이고, 한국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나간 정초선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진행됐음에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뜨거운 열기의 총선 투표율과 함께 질서정연하고 차분한 선거 분위기는 해외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15일 전국 1만4330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엔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2912만8040명(66.2%)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58%를 기록한 4년 전 총선보다 8.2%포인트 상승했고,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은 지난 10~11일 1174만명(26.69%)이 참여한 사전투표 때부터 예견됐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총선에서 ‘60%’를 가볍게 넘긴 것은 참정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의 높은 민주의식을 보여준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와중에 열린 4·15 총선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선거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이라고 부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방역조치 속에 세계를 놀라게 한 고공행진 투표율은 한국이 ‘K방역’과 ‘K민주주의’를 함께 입증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제사회 신뢰도를 높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 선진화법 뛰어넘는 180석 여권, 참패한 야권, 성찰해야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은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80석을 확보한 반면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은 103석을 받는데 그쳤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뉴시스

16일 완료된 4·15 총선 지역구·비례대표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3곳에서, 통합당은 84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고, 정의당은 1곳, 무소속은 5곳에서 당선됐다.

비례대표 투표 개표 결과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 민주당이 주도한 더불어시민당은 17석,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열린민주당은 각각 3석을 얻게될 전망이다.

민주당과 더시민의 의석을 합치면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의석을 합쳐 103석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여야의 입장에서 보면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 의석을 포함해 국회 과반을 뛰어넘는 180석을 확보했다.

국민들의 현실정치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한 정치지형에서 최근 열린 4차례의 전국선거에서 모두 한 정당이 승리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가볍게 이같은 기록은 달성됐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뛰어넘어 입법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민심에 의한 입법부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새 개표방송을 한 필자도 한 지역 한 지역 당선자가 발표되고, 파란색 물결이 한반도 지도를 덮어갈 때 놀라운 공포와 감동을 느낄 정도였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 의석을 더해 103석 정도를 얻는 참패에 직면했다. 미래통합당은 영남을 석권했지만, 수도권과 충청 지역의 참패로 완패했다.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등 제3 정당들 역시 존재감을 상실한 채 냉혹한 정치현실에 마주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열린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국정의 안정을 요구했고, ‘반대를 위한 반대’와 불법폭력 불사를 외쳐온 보수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 개혁입법 등 적극 실천하고, 상식의 정치 회복해야

180석이라는 초유의 의석을 가진 슈퍼정당으로서 여대야소 국회를 이끄는 여권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개혁입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주요 현안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

▲ 뉴시스 그래픽

코로나19 극복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없이 임기 4년차에 자신의 공약과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긍정 평가하고 있으며, 후반기에도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해서 촛불혁명이 부여한 역사적 과제와 개혁입법을 달성하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민들은 민생 분야뿐 아니라 각 분야의 개혁 입법이 야당의 발목잡기와 강경투쟁, 여야간 소모적인 갈등과 싸움 탓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해 왔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는 과감하고 단호하게 개혁 입법을 추진해 성과를 내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았다.

미래통합당의 모습은 선거 기간 내내 실망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내내 반대를 위한 반대, 국정 발목잡기, 삭발과 단식 중심의 장외투쟁으로 일관한 통합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선거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주당이 승리하면 조국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무리한 논리를 강조하곤 했다.

수권정당으로서 비전과 철학, 가치와 정책은커녕 사사건건 방해하고 입법마비 사태를 불러와 국민을 실망시킨 자신들의 모습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국 통합당은 수도권, 호남, 충청, 제주 등에서 매서운 심판풍에 직면했고, 지역구에서 84석에 그치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공천과정에서도 최고위원회와 공관위가 대립한 호떡공천 등 무리한 공천이 횡행했고, 막말 논란에 대해서도 최고위와 윤리위가 대립하는 등 정치리더십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개혁과 혁신은커녕 구태를 반복하며 낡은 정당 이미지에 그쳤던 황교안 대표 체제는 결국 무서운 심판 속에 좌초했다.

◇ 겸허하고 경청하고, 처절한 반성과 석고대죄 선행해야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선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해 해외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찬사를 보내며 높이 평가한 가운데 진행된 사실상의 코로나선거였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달리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민 기본권을 지키면서도 온 국민이 단합해 코로나 확산을 막고 치유해나간 교과서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방역당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에 최선을 다했고, 결국 이번 총선에서도 이같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은 국민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민주당은 당초 예측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지만,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우호적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 3년간 개혁작업과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의 성과도 지지부진했고, 통합당을 따라 꼼수 비례정당을 만드는 등 많은 비판을 받아온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야당을 설득하고 협상해내는 집권여당으로서의 정치력은 부족했고 개혁적인 인물과 정책을 견인해내는 것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본격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경제 위기와 사회적 갈등과 대결,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정책 수립 및 실천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처절한 반성과 석고대죄,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정치철학과 실천을 하지않는 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발목잡기와 개혁 방해, 지역주의와 색깔론에 기댄 잘못된 정치행태를 고백하고 성찰하며, 보수의 가치를 탈바꿈하는 환골탈태해야만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반성과 참회, 변화와 혁신이 없는 헤쳐모여나 이합집산으로 일관했던 그동안의 행태에 대해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결과 관련 입장 발표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뉴시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망언’, 김대호 후보의 ‘무지한 30-40대’ 막말과 황당한 뒤집기가 난무했던 호떡공천 등 대표적인 사안에 대해 국민들은 투표로 분노를 표출했다. 냉전적이고 대결적인 극우보수가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건전보수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보수정당의 존재는 좀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는 사상 유례 없는 총선 투표결과를 보여준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읽고,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겸허하고 진실된 정치의 본령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경제·고용 위기를 해결하고,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각 분야의 난제를 헤쳐가야 할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대표되는 국난 극복과 함께 한반도가 닥친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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