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나 법정화폐 모두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절대 假想(가상)은 아니다.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2017년 시장은 뜨겁다. 작년까지 2천 포인트를 넘나들며 박스권에 머물렀던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갱신하며 2,500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전국의 부동산은 정부의 억누르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를 통칭)의 가격상승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초대비 6배나 되는 가격으로 뛰어올랐으니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비트코인을 쳐다보지 않겠는가?

비트코인은 2008년 이후 미국 등 선진 각국들이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양적팽창(Quantitative Ease)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막 찍어내는 것에 반발하고, 한편으로는 지구상에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위하여, 블록체인이라는 획기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 통용시키기 위하여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만든 화폐이다.

화폐가 발전한 역사의 흐름에서 물물교환, 물품화폐, 귀금속화폐에서 금본위제도를 지나 법정화폐가 대세인 현대에 와서 법정화폐의 권위에 도전하는 새로운 종류의 화폐가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 이에 대해 불편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우선, 정부와 중앙은행은 자기네 법정화폐의 권위가 손상되고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고 경계한다.

그래서 그들은 가상화폐의 부정적인 면들, 예를 들어, 불법적인 거래에 사용되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가격의 폭등과 폭락에 대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투기와 같은 투기광풍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채굴을 위해 소비되는 전기사용량을 이유로 사회적인 문제로 해석하기도 한다.

오늘은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 중에서 가상화폐를  “실체가 없는 투기대상” 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종류의 화폐를 「디지털 방식의 암호화된 가상화폐」라고 표현하면 상당히 내재된 속성을 잘 표현하는 명칭이 되겠지만 줄여서 그냥 「가상화폐」라고 부른다.

▲ 비트코인/뉴시스

그러다 보니 가상화폐가 가상(假想)적인 화폐라서 실체가 없다라는 의미로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재테크를 위해서는 가상화폐가 가상이 아님을 이해하고 실체가 없는 화폐라는 것을 먼저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원래 화폐라는 것은 특정한 실체가 없다. 미국 달러이든 한국 원화이든 그것을 표시하는 지폐와 동전은 실체라는 것이 제조원가 몇 푼 되지 않는 산물에 불과하다.

이러한 산물에다가 국가와 정부가 권위와 신뢰를 부여하여 등가의 대상과 교환이 가능한 매개체로, 그리고 가치를 측정하는 단위로서 가치를 쉽게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추상적인 관념과 의미를 부여하는데 성공한 화폐이지 특정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은 미국 달러이거나 영국의 파운드, EU의 유로 등 모두 마찬가지로서 화폐 그 자체가 실체이다.

미국 달러는 2차 세계대전 후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1944년∼1971년)하에서는 1온스의 금을 바탕으로 US35$만을 발행하고 금과의 태환이 가능하다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을 믿고 전 세계는 미국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인정했다. 이러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력을 엎고 미국은 소련과의 군비전쟁에서 이기고 지금과 같이 세계패권을 쥔 국가가 되었다.

미국이 약속과 달리 달러 발행을 남발하면서 금 태환제도를 유지하기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지자 1971년 닉슨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폐지를 선언하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미국달러는 금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사실상 속고 있었지만 말이다.

▲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지난 2016년 10월 27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미국 달러지폐들을 세고 있다. 노점 환전소에서 짐바브웨 화폐 1조달러는 미화 5달러로 환전됐다. /뉴시스

인플레이션으로 법정통화의 권위를 상실한 나라를 보자. 아프리카에 있는 인구14백만명의 짐바브웨에서 2008년 한 해에 기록한 물가상승률은 2억3000만%이다. 2015년 통화개혁을 단행해서 2008년 이전 발행된 화폐는 35,000조달러당 1 미국달러로, 그 이후 발행된 화폐는 250조원당 1 미국달러로 교환해 주었으니 아래 그림의 100조달러(One Hundred Trillion Dollars)는 발행연도에 따라 400원이거나 3원도 되지 않는다.

짐바브웨는 극단적인 Case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통화 발행을 남발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도 대동소이하다. 가상화폐는 법정화폐들이 신뢰를 잃자 거기에 반발해서 나온 화폐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국달러나 주요국 통화만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법정화폐가 미국 달러 하나만이 아니듯이 가상화폐도 비트코인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취지와 목적으로 새로운 가상화폐를 ICO(Initial Coin Offering, 새로운 가상화폐를 출시하여 유통시키고 자금을 모집하는 절차)한 사람도 있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틈 타 돈을 벌고자 하는 것도 있고 탐욕에 젖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판단을 노리는 유사코인도 많이 출시됐다.

가상화폐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가격폭등으로 말미암은 탓이다.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수 있을까?

가상화폐의 가격이라는 것은 결국 거래소가 소재한 국가화폐와의 교환비율(Exchange Rate)이다. 법정화폐간의 교환비율인 환율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온라인세상이라는 국가의 화폐라고 생각해도 아무 문제없다. 다만 정부가 없어서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국가일 뿐이다.

이 온라인세상국가와 모든 국가들의 법정화폐 가중평균과의 교환비율이라고 하면 대충 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 법정화폐의 권위와 신뢰가 상실되면 가상화폐는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더 많이 유통되고 활용된다면 가격은 반드시 올라가게 마련이다.

가상화폐는 계속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반드시 존속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어느 시대에도 정책상의 실패로 법정화폐의 신뢰가 상실되는 국가와 정부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한국이 그 중의 하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부르는 가상화폐를 영어로는 Crypto Currency라고 한다. 암호화폐라는 의미이다. 가상화폐의 본질을 알고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라는 명칭보다는 암호화폐나 디지털화폐로 명칭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우리 재산가치에 대한 결정을 법정화폐의 1인자, 미국 정부의 손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본다. 암호화폐가 앞으로의 세상에서 호밀 밭의 파수꾼 마냥 법정화폐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에 좀 더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