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장량 이야긴 그만…영화 아바타 배경으로 기억하자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후난(湖南)성에 있는 중국 최초의 삼림공원 장가계(張家界·장자제)를 소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첫째는 제1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날씨인데 10월 초순 이맘때쯤 가면 황홀한 비경을 눈에 넣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지만 1년에 3분의 2는 흐리고 비 오는 날씨로 인해 구름 낀 풍경만 봐야 한다.

둘째는 명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Avatar)라는 영화 때문이다. 속편이 원래는 2018년 12월로 예정되었지만 일정이 늦어져 빨라야 2019년 개봉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속편 한 편만이 아니라 2,3,4,5탄까지 대규모로 제작하고 있다는데 한편이라도 빨리 잘 만들면 좋겠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략가이자 책사로 손꼽히는 사람은 삼국시대 유비의 제갈량과 한 고조인 유방의 오른팔 장량(張良)이다.

장가계는 장량이 유방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을 피해 숨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는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 필자가 촬영한 장량 묘석

금편계 근처에 장량묘(張良墓)가 적힌 바위가 있는데 이를 보고 다들 장량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장량의 사당은 산시(陝西)성 류바(留壩)현의 쯔바이(紫柏)산에 모셔져 있고, 장가계에는 묘석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중국 가이드들은 장량의 무덤이라고 설명하고 그것을 들은 한국인들은 저마다 자기 블로그에 엉터리 ‘사실’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보면 무덤은 없고 그냥 바위만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제법 그럴듯하다. 장량은 한 고조 유방이 항우를 격퇴하고 천하를 통일한 후 병을 핑계로 낙향해 장가계에 살았다. 이 지역에는 토가족들이 살고 있는데 장량은 이들의 농사를 도와주고 신임을 얻어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소하와 한신 등을 모함해 죽게 한 여후가 이번에는 모반을 꾀한다고 장량을 모함해 유방이 장가계를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 중국 후난성 장가계(장자제)의 아름답게 펼쳐진 비경/장자제=신화/뉴시스 자료사진

용감한 토가족은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 끝까지 저항했고, 유방이 물러가자 사람들이 이 곳을 장량 일가의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장가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는 중국인들이 아는 역사와 너무나 다르다.

장씨는 중국에서 왕(王)씨와 이(李)씨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성씨로서 장씨들이 많이 살아서 그렇게 명명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장가계 북서쪽을 양가계(梁家界)라고 부르는데 역사책에서도 양씨 성을 가진 전사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 필자가 촬영한 천하제일교

또 천하제일교 등 장가계의 절경이 있는 지명은 원가계(袁家界)라고 부르는데, 원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명나라 때 주원장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자 했는데 끝까지 저항한 역사가 있어서 이것들을 믹스해서 만든 이야기일 것으로 추정해본다. 기원전의 이야기라서 누가 알겠냐마는.

이런 불확실한 중국 역사보다 이 지역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영화로 인해 유명한 곳이 더욱 유명해 졌는데 영화의 파워를 실감한다.

이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과 터미네이터 등 획기적인 영화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필자는 그가 아바타를 만들어 히트치고 난 그 다음 해에 싱가포르의 어느 컨퍼런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 아바타와 장가계/구글 이미지 캡처

“아바타를 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투입된 총비용이 2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그 절반인 1억2000만 달러를 집행할 때까지 단 한 컷도 찍지 못했다. 그래도 나를 믿고 끝까지 기다려 준 제작자들에게 감사한다.”

아마 영화를 구상하고 판도라 행성의 세트장을 건설하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한 편의 영화에 거금을 투입할 수 있고, 엄청난 비용을 집행하고도 한 컷도 찍지 않은 감독을 끝까지 신뢰하는 통 큰 투자가 부럽다.

날씨가 좋아도 장가계는 최소 4일에서 7일은 둘러봐야 볼 것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장가계는 무릉원이라고도 하는데 유명한 시인 도연명이 즐겨 말하는 무릉도원을 의미하여 지은 이름이다. 단지 복숭아가 없어서 무릉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장가계 혹은 무릉원은 여느 중국의 유명 지역과 같이 엘리베이터, 케이블카, 그리고 버스를 이용해 잘 구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둘러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 필자가 촬영한 장가계 입구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로 주차장과 입구를 확대하는 공사에 한창인 장가계를 보니 이런 관광자원을 무수히 가진 중국마저 부럽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중국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베이징(北京)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의 EMBA과정을 마쳤고, 중국 전역을 주유하면서 몸으로 부딪혀 중국을 공부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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