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민족 대명절인 추석(10월 4일), 한가위 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추석은 역대 최장인 10일간의 연휴로, 역대 최대 규모인 3,700만 여명의 귀성인파가 국토를 남북과 동서를 관통하는 이동행렬의 장관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가배·가위·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로 불리는 추석은 농경 민족인 우리 민족에게 봄과 여름 두 계절 동안 정성들여 키운 곡식과 과일들을 수확하는 절기를 축하하는 명절이다.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보며 즐겁고 풍족한 마음으로 한 해의 행복을 비는 소망과 희망의 절기이기도 하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 생활하기에 딱 적합한 최상의 계절인 탓에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축제와 같은 명절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날을

쭝치우지에(仲秋節)라고 부르며, 4대 전통명절로서 가족들이 모여 달구경을 하면서 단란하고 화목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 가운데 매년 추석 때면 온 가족이 모여 만들어내는 여론은 ‘민심의 풍향계’로 불릴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특히 내년 6·13 지방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치권 모두 이미 공천 및 지역 선점 경쟁에 나선만큼 올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향후 정치적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적폐청산, 외교안보, 민생위기, 정계개편 등 민심 화두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이번 연휴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이은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숱한 정치공작 및 선거 개입 등 각종 적폐청산 ▲북한의 도발과 주변 강국들의 외교적 이니셔티브 경쟁에 따른 외교·안보 문제 ▲경제 침체 및 사상 최악의 실업과 가계부채 등 민생 위기 ▲다당제 하의 정당간 경쟁 및 정계개편 등의 화두가 국민들 사이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추석 민심의 최대 화두는 적폐청산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선거개입과 블랙리스트 작성 및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 관변단체 지원을 통한 정치개입 등을 근거로 적폐청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여권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특검론까지 제기하는 등 맞서며 여야 대결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외교·안보 현안도 중요 사안이다. 북한은 매년 추석 연휴 전후로 무력시위를 벌여왔고, 오는 10일 노동당 창당 72주년 기념일과 18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최일도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교통정보센터를 방문, 귀성차량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야당은 전술핵 배치와 정부의 대응력 부재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한 목소리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안보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어, 안보현안을 둘러싼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 위기도 중요 현안이다. 지난달 24일 국제결제은행(BIS)이 펴낸 분기 보고서의 세계 가계부채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청년실업률도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은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으며,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8위, 신흥국 중에서는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청년실업률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6년 연속 하락한 반면 한국은 오히려 4년 연속 증가했다.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가계부채와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있기 때문에 당분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서민들의 절망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정계개편도 관심 사안이다. 일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의 대통합 여부, 개혁입법을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전략적 제휴 여보도 관심거리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계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를 하는 등 혁신을 추진하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 야당의 통합이 현실화 될 경우 의석수 변동에 따른 역학관계 변화를 비롯해 보수 통합론의 불씨가 여권발 재통합론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남이나 민주당, 국민의당 지지세력 내부에선 원래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재결합해야 한다는 통합 요구가 나오고 있어 각계의 정치적 압박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

◇ ‘국정농단의 추한 과거’ 적폐청산 성공해야 개혁 가능

예년의 사례로 볼 때 이번 추석 기간 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귀향 행렬과 밥상머리 여론은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민심의 용광로에서 형성된 여론은 안보위기 대처, 적폐청산을 통한 민주주의 실현, 검찰 등 권력기관 개편, 경제적 양극화 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 등 문재인 정부 초반 정책의 향방이 좌우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KTX 플랫폼에서 홍준표(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귀성객에게 추석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여야 지도부와 정치권은 이같은 민심 형성의 장터가 형성된 추석 연휴 기간에 소외계층 방문 일정 등을 소화하며 민심잡기 경쟁에 나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지역구인 광진구 자양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난 데 이어 2일에는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귀향객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청년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민심을 청취하고 고향이나 지역구에 머무르며 정국구상에 나선다.

정치권의 추석 민심잡기는 연휴 직후 본격화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12~31일)에서 성과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전국단위 선거인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향후 국정의 방향과 정치적 주도권 경쟁의 흐름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여야는 이번 추석민심을 두고 긴장하고 있다.

여권은 안정적 국정운영과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지방선거 승리에 매진하고 있고, 대선 패배 후 이슈 선점에 실패하며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야권 역시 국민의 주목을 끌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과 미국 및 중국 간의 주도권 경쟁, 사상 최악의 실업난과 이미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생활고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국민의 아픔을 달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집권 여당은 민생과 안보를 위해 국정의 중심을 잡는 한편 야당에 협치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고, 야당들 역시 무조건 발목잡기나 보수층 결집만을 위한 정략적 반대에만 나서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견제와 협력을 통해 수권세력의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국민에 대한 죄송스러움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의 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나눔의 집을 찾아 이옥선(오른쪽부터), 하점연 할머니에게 절을 하고 있다./뉴시스

속속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과 군을 동원한 정치개입과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한 문화예술인 탄압과 관제시위 추진 등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해 전전직인 이명박 대통령은 “퇴행적이고 국익을 해치며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황당한 대결 자세보다는 자신의 임기 동안 일어난 범법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성찰과 함께 법적 정치적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용서와 함께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달빛기도, 협력-조화-협치-소통의 한가위 민심 경청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추석인사 동영상에서 “여성과 남성, 젊은이와 어르신이 함께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한가위가 되시길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인용했다.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바라는 시인의 글을 통해 가족과 세대 간 화목과 함께 정쟁에만 몰두해 온 정치권의 화합을 기원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은 고통스러운 민생고와 외우내환의 위기 속에 놓인 국민들의 추석민심을 반영해 안보와 민생 위기에 대처하는 협력과 조화, 협치와 소통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이해인 수녀의 ‘달빛기도’의 시 구절 곳곳에는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과 소원이 담겨있음을 꼭 기억하길 소망한다.

▲ 이해인 수녀/뉴시스 자료사진

달빛기도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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