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주유소에서 직원들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뉴시스

[이코노뉴스=이성주 기자]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 불발로 급락하면서 앞으로 유가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WTI는 6일 10.07% 하락해 배럴당 41.28달러로 마감했다. 약 3년7개월 만에 최저치이자 2014년 11월 이후로 최대 낙폭이다. 브렌트유는 9.44% 하락한 45.27달러로 2017년 6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WTI와 브렌트유는 최근 고점 대비 각각 38%, 40% 폭락했다. 50달러 선으로 예상되던 유가가 30달러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장 분석 업체 바이털 날리지(Vital Knowledge)의 창립자 애덤 크리사풀리는 "이제 코로나19보다 원유가 시장에 더 큰 문제가 됐다"며 "석유가 미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무산된 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췄으며 최저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석유 가격 전쟁이 명백히 시작됐다"며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상황은 2014년 가격 전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드래거먼 벤처스의 알리 크데리 최고경영자(CEO)는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020년 20달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알리 크데리 CEO는 석유 업체 엑손의 중동 담당 선임고문을 지낸 바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모인 OPEC+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유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OPEC은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각각 100만배럴, 50만배럴씩 추가 감산하자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4월1일부터 우리는 쿼터(할당)나 감축에 개의치 않고 일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국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감시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OPEC을 이끄는 사우디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유가를 지지하려 하지만 러시아는 입장이 다르다. 원유 생산 단가가 낮은 편인 러시아는 유가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자 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는 7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8달러 낮춘다고 발표했다.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가 가격을 내릴 경우 다른 산유국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가격 인하 결정은 감산에 반대한 러시아를 겨냥한 보복 조치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뉴욕타임스는 석유회사 경영진들이 유가가 최소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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