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리더십은 개인의 평판과 조직의 운명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 국제사회의 현재와 미래까지도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맥스웰은 “리더십 역량은 언제나 개인이나 조직의 성공 한계를 결정한다. 리더십이 강하면 조직의 성공의 한계는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계는 낮다”며 “그 때문에 조직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리더십을 찾게 된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고,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고용한다”고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지도자는 실행하게 하며, 변화의 동인을 만드는 인물
한국사회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극심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비선실세와 함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사태의 주범으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과 검찰 구속의 비극을 초래한 박근혜 전 대통령, 소통과 탈권위로 새로운 정부를 이끌며 높은 지지율과 국민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두 사람의 리더십을 살펴보면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은 1년 가까이 국정을 마비시키며 외교를 중단시키는 참화를 초래한 반면, 문 대통령은 몸을 낮추는 소통과 대화의 행보로 민주주의와 정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그만큼 리더십은 국가나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로서 <리더를 말하다> <워렌 베니스의 리더십 원칙> <리더십의 딜레마> <당신에게 집중하라> 등을 저술한 워렌 베니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관리자는 바르게 일을 하는 실행의 행동(Do!)을 행하는 사람이고, 리더는 올바른 일과 올바르지 않는 일을 하는 선택의 행동(Do!)을 행하는 사람이다”라며 “새로운 지도자란 사람들로 하여금 실행에 나서게 하고 추종자를 지도자로 바꾸며, 또 이들 지도자를 변화의 동인으로 만드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리더십 모멘트>를 쓴 마이클 유심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경영학 교수이자 리더십 및 변화관리센터 소장은 ‘리더십이란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일종의 기술로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 절체절명의 순간에선 정확한 판단만이 위기상황 극복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주요 대기업들의 비극적인 모습은 위기의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인 삼성의 선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모습은 한국 기업들의 운명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하는 반면교사의 상징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대를 방불케 하는 철지난 정경유착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과거형 기업으로 추락한 삼성그룹은 국민들에게는 착잡한 애증의 대상이다. 삼성그룹 내의 21만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국내 개발과 생산의 현장, 해외 제조 및 판매의 현장에서 밤잠을 새는 노력과 헌신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는 일순간에 추락해버렸다. 무너진 이미지는 과연 언제쯤이나 회복할 수 있을까?
유심 교수는 저서 <리더십 모멘트>에서 조직과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9개 리더십이 보여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강조하며, 정확한 판단으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간 리더가 있었던 반면,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조직을 구해내지 못한 리더도 있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유진 크란츠는 산소탱크 폭발로 우주의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한 아폴로 13호의 우주인들을, 일분일초도 틀리지 않는 의사결정을 통해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켰다. 머크사의 CEO 로이 바겔로스는 개발비만 2억 달러에 달하는 회전사상충이란 실명을 가져오는 기생충을 퇴치시키는 신약을 무료로 배포해 2000만명이 넘는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맹인이 되는 것을 막았다.
◇ 위기와 갈등을 해결할 리더십 육성 노력 기울여야
머크사는 인류에 대한 헌신적 공헌을 이룸과 동시에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얻었다. 대의에 충실해 큰 이익을 얻은 것이다. 반면, 대조적으로 존 굿프로인트는 우유부단함 때문에 거대 글로벌 투자은행 살로먼을 치명적인 위기에 빠뜨렸다. 소방대장 와그너 닷지는 화재 현장에서 조직원의 신뢰를 얻지 못해 13명의 소방대원이 사망하는 참사를 막지 못했다.
리더십은 개인, 기업, 국가의 운명이 경각에 처했을 당시 조직의 리더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데서 성패의 갈림길을 가게 하는 핵심요소다. ‘실패와 성공의 요인은 무엇인지’ ‘목표달성을 촉진하거나 지연시키는 요인은 무엇인지’ ‘위험이 닥쳤을 때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맥스웰은 저서 <리더십 불변의 법칙>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지거나, 지명되거나, 위임받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오직 영향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고, 영향력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위가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뿐이다. 그 시간 동안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영향력은 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을 키우고, 제대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은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공공영역이나 사적영역 모두에서 중요한 일이다. 최근 각 분야의 위기와 갈등은 리더십 육성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분기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