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이라크, 이란, 터키를 중심으로 페르시아 제국에 속하던 아랍연맹 소속 22개 국가들, 소련 연방 해체로 탄생한 우즈베키스탄 등 7개 중앙아시아 국가들, 알제리 리비아 등 아프리카와 남부아시아 12개 주변 국가들, 그리고 이스라엘을 통틀어 중동이라 부른다.

▲ 김선태 편집위원

중동은 페르시아 제국이 존재하던 2,500년간 서방과 분리된 별도 세계였고, 근대 들어와 오스만 제국의 시대에도 그러했다. 이런 상황은 1차 세계대전으로 종말을 고했다. 마지막 황제 메흐메트 6세의 폐위로 오스만 제국이 600년 역사를 마감하자 서구 열강들이 너나없이 뛰어들어 제국의 잔해를 요리했다.

그해 즉 1922년 영국은 윈스턴 처칠 ‘식민’장관이 주도한 가운데 볼셰비키 러시아의 도전을 물리치고 터키, 프랑스와 함께 이 지역의 분할 통치에 성공한다. 당시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가 영국 점령 하의 메소포타미아 지역, 곧 이라크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어쨌든 이라크의 성립은 서구가 만들어낸 현대 중동의 출발점이다. 영국이 현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자인 이븐 사우드와 내부 민족주의자들의 저항 속에 반 강제로 이 나라를 탄생시킨 결과, 이라크는 이후 필연적으로 서구와 얽히며 비극의 역사 속으로 빠져 들었다.

탁월한 역사 작가인 데이비트 프롬킨의 대표작이기도 한 ‘현대 중동의 탄생’은 1912년부터 1차 세계대전을 거쳐 이처럼 중동문제가 타결되기까지 이 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음모와 각축을 약 9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탐사한다.

이라크, 중동에서 가장 복잡한 나라

수많은 중동 국가 가운데 이라크가 유독 전쟁과 테러리즘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최근까지도 IS가 이라크를 거점으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미국이 한때 자신을 추종하던 후세인을 몰아내고 점령한 뒤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 다시 광범위한 복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뛰어난 통찰을 제시해준다.

▲ 『현대 중동의 탄생』 = 데이비드 프롬킨. 갈라파고스. 984쪽. 2015. 1. 12.

이후의 중동을 간단히 살피면 이렇다. 영국이 주도하던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중동은 정치군사적으로 잠잠하던 곳이었다. 전쟁 이후 영국의 패권을 미국이 넘겨받으면서 중동은 격동지로 변했고, 그 혼란은 소련이 붕괴한 뒤 1991년 걸프 전쟁(페르시아만 전쟁)이 일어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런 배경 속에 2003년 민족주의 기치를 내세운 후세인 정부를 영미 연합군이 전격 전복하고 이라크를 점령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라크인 들이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무장투쟁까지 전개되었는데 그 와중에 수천 명의 미군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설상가상으로 1999년 경 등장한 IS가 세력을 확장한 끝에 이라크의 주요 행정 도시인 모술과 티크리트를 점령하더니 2014년 공식 국가를 선언하고 바그다드를 넘볼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IS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약화되었고, 최근 이라크는 국토의 완전 회복과 IS 격퇴 그에 따른 초거대 규모의 국토재건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중동 현대사의 비운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라, 이라크가 더이상 과거와 같은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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