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웨스턴디지털, 일본 관민펀드 등 참가… SK하이닉스의 반발 예상

일본 도시바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미·일 연합에 메모리 반도체 자회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SK하이닉스의 반발이 예상되며 앞으로 한국, 중국 등 각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일본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미국의 WD 등으로 구성된 '신(新) 미일연합'에 매각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일본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도시바(東芝) 본사 건물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미국의 WD 등으로 구성된 '신(新) 미일연합'에 매각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미일연합에는 WD와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참가했다. 도시바도 '신 미일연합'에 1000억~2000억엔 가량을 출자해 일본측 의결권의 과반을 보유할 방침이다.

아사히는 관계자를 인용해 WD가 향후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을 3분의 1 미만으로 보유하는 데 합의했으며,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가는 약 2조엔(약 20조5422억원)으로, WD는 전환사채(CB)를 통해 15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WD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 후에는 의결권의 약 16%를 보유하며, 향후에도 의결권은 3분의 1미만을 유지해 중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갖지 않기로 했다. WD는 도시바메모리에 임원진을 내지 않는데도 합의했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일본을 방문해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 등과 최종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WD는 또 지난 5월 국제중재 재판소에 요청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신청을 취하할 방침이다.

이로써 지난 6월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관심을 모았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인수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반도체 넘기기 않겠다는 속셈…중국 등 반독점심사 통과 장담 못해

도시바가 WD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한 데 대해 SK하이닉스는 "지속적으로 도시바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일본 내에서는 도시바가 WD와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도시바와 WD의 협상 조건은 당초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제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할 명분이 약한 셈이다.

결국 도시바와 WD간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일본이 한국측에 반도체 산업을 넘기기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제산업성 등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 3위 기업이며 이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반독점 심사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내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했다 실패한 한국과 중국 측이 문제삼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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