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과 삼성, 그리고 이재용

이종수 기자l승인2017.08.24l수정2017.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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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세기의 재판’ 1심 선고 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월부터 총 53차례 공판이 진행된 이번 재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심 선고와 함께 일단락된다. 앞으로 2심과 3심까지 이어질 게 분명하지만, 1심 선고 결과는 한국 사회에 크나큰 파장을 줄 수밖에 없어 전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조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이미 그럴싸한 논리와 함께 여러 가지 전망이 떠돌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7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 혐의를 적용, 징역 12년의 중형(重刑)을 구형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저마다 복잡하고 난해한 법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이번 사건의 핵심 혐의인 뇌물공여죄에 대한 해석과 판단에 따라 ‘무죄·집행유예·실형’ 등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무죄든 실형이든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 판단해야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도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관된 '뇌물' 부분에서 첨예하게 공방을 벌여왔다. 재판부가 어떠한 결론을 내놓는다 한들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만큼 집행유예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기도 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방청권 공개추첨일인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법원 관계자들이 방청 응모권을 추첨하고 있다./뉴시스

무죄든 집행유예든 실형이든 재판부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 독립적이고 양심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면 누구든 토를 달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중에는 재판부가 이른바 ‘촛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등의 해설이 난무하고 있다.

외국 언론에서도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과 관련,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격"이라는 해석 등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박영수 특검팀의 입장에서는 삼성,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입증을 위해 사활을 거는 게 당연하다.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고,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 대한민국 최강 수사팀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촛불혁명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마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를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행여 정통성에 흠집이 날 수 있어 ‘중형’을 원하고 있다는 세간의 ‘입방아’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와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은 ‘무관’

역으로 생각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주지 않았거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국정농단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고, 촛불혁명에 이은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탄생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리로 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아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사유는 ‘차고 넘치고’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 설 명절 이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첫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참가자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필자도 지난해 12월 몹시 추운 날 광화문에서 동료들과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온 나라가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을 일으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망가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하겠다는 국민들의 열기를 확인하면서 가슴 벅찼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당시 촛불집회에서는 인사와 예산, 정책 등 국정 각 분야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른 최씨와 국정 권한을 송두리째 내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넘쳤지만 ‘삼성을 탄핵하라’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더욱이 공판 횟수만 53차례, 59명의 증인이 나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당초 특검의 주장과 달리 뇌물죄에 관해서는 어떠한 혐의도 입증하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5가지 혐의 모두 무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민주사회란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구현되는 사회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촛불혁명의 정신이기도 하다.

초가삼간 모두 불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삼성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우리사회에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 적이 적지 않다. ‘무노조 경영’에도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삼성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각이 고울 리 만무하다. 삼성은 유죄를 판단할 확증이나 확신도 없이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밀려 뭇매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원죄는 있다. 과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의 전환사채(CB) 및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3자 발행 등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법망을 피해간 사실은 두고두고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가 너무 부족한 게 많고, 모두 제 탓“이라면서도 "심한 오해, 억울하다"고 울먹인 이 부회장도 이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총수이자 오너인 그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된다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다행히 반도체 및 스마트폰 호황 등에 힘입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반도체 투자 과포화 우려와 중국의 추격 등 변수는 도처에 널려 있다. 영원한 우량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삼성은 지금 총수의 부재상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위기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과 노조 파업은 물론 생산성 저하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핵심 인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이 중형을 선고받는 모습에 일부 국민들이 카타르시스 효과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삼성의 원죄에 대한 단죄라고 볼 수 있다. 초가삼간 모두 불태우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종수 기자  jslee6679@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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