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 금호타이어 매매가 7천억원대 인하 요구…박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부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중인 중국 더블스타가 9549억8100만원의 인수가격을 7000억원대로 깎아줄 것을 채권단에 요구했다.

만약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약정에 따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되살아난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중인 중국 더블스타가 채권단에 인수가격을 7000억원대로 깎아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삼구(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도 부활하게 됐다. /뉴시스 자료사진

18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인수후 우발 채무에 따른 손해배상한도(최대 16.2%)를 매매계약에 반영해 인수가격을 인하해줄 것과 영업 적자를 기록한 금호타이어 가치 하락분만큼 추가로 가격을 깎아 달라고 채권단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더블스타가 '16.2%(1547억원)+α'의 인수금액 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이 제안을 산업은행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양측은 8~15%(8785억8252만원~8117억3385만원) 사이에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가 요구한 15%는 양측이 최종적으로 정한 손해배상 한도(16%)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가격 인하 수준 등에 대해 내부 입장을 정리한 뒤 내주 초께 주주협의회 안건으로 부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블스타의 가격 인하 요구는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로 주식매매계약(SPA)의 '트리거 조항'(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하락 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요건)이 발동됐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상반기 507억원 적자로 전환해 더블스타의 일방적 계약 해지 조건이 충족된 상태다. 

지난 14일 발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올 2분기에만 2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50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9월23일까지 흑자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계약 해지 조건은 사실상 충족돼 있다.

채권단은 가격 인하 요구를 받고 손해배상 한도만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영업 실적 악화를 반영해 매매금액을 더 인하할 것으로 요구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종결을 위해 더블스타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6.2%(1547억원)의 가격 조정을 변경되는 SPA에 반영하고, 추가 인하 협상을 통해 최종 매매대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매금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9550억원에서 7000억원 대로 대폭 낮아지게 됐다. SPA가 변경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도 즉각 부활한다.

박회장 측, “공식 요청하면 검토하겠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줄곧 요구해 온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우선매수권 행사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새로운 가격 조건이 반영된 새로운 SPA를 체결하는 만큼 우선 매수권자의 컨소시엄 구성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박 회장으로선 보유 자금을 포함해 전략적 투자자(SI)·재무적 투자자(FI) 등을 유치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기회가 다시 열린 셈이다. 우선매수권 행사 가격도 7000억원 대로 대폭 낮아져 자금조달 부담도 훨씬 덜게 됐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박 회장측은 "채권단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해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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