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스포츠와 경제

[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최근 10년간 가장 발 빠르게 성장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뽑자면 단연 크로스핏(CrossFit)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스포츠 센터의 틀을 벗어나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역기, 체조 등을 혼합하여 경쟁적인 피트니스를 표방하며 발전한 크로스핏은 2005년만 해도 미국 내에 13개의 센터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만3,000개 이상의 센터가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다.

▲ 이현우 교수

지속적이고 다양한 고강도 기능성 운동을 통해 심폐지구력, 최대근력, 유연성, 협응력, 민첩성, 균형감각, 정확성, 파워, 스태미너, 속도의 10가지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크로스핏은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경쟁을 도모하면서도 센터 내에서 회원들간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우애를 돈독히 하는 문화로도 유명하다.

명실상부하게 세계적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크로스핏은 표준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전파함과 동시에, 각 지역 특색에 맞는 하위문화 또한 존중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크로스핏 박스(크로스핏에서는 체육관을 박스라 칭한다)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에는 98개의 크로스핏 박스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대부분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국제화된 프로그램과 세계적인 유행에 걸맞게 젊은 남녀들이 주고객층이다. 재미있는 것은 역동적인 힘으로 상징되는 크로스핏과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힘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결합된 모습들이다.

중국에서 개업한 크로스핏 박스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용과 호랑이, 병마용갱의 용사,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지명, 중국 황제의 왕관 등을 담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전통의 패권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이름에 넣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용은 개인의 힘을 상징하는 반면, 병마용갱 용사는 집단적인 힘의 과시를 상징하는데, 지역적 특색이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들이 보인다.

또한, 크로스핏 박스들은 각자마다 박스의 철학을 제시하는데, 세계적인 크로스핏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고강도 기능성 운동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도 있다. 특이한 점은, 공동체적인 가치를 강조함에 있어서 중국의 박스들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적인 크로스핏의 공동체적 가치를 동양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 지난해 6월 5일 서울 여의도 센티넬 IFC 박스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챔피언십 코리아 쓰로우다운'에 참가한 선수들이 크로스핏의 체조 동작인 링 머슬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국제화나 국제경영에서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된다. 세계화(globalization)과 지역화(localization)의 합성어인데, 세계적인 문화나 상품이 지역적 특성과 결합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똑같은 야구를 관람하더라도 미국은 정적인 야구관람 문화를 가진 반면, 한국과 일본은 역동적인 응원문화를 지니고 있다. 기업들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기업인 맥도날드는 지역특색에 맞는 햄버거를 출시하기도 하고, 같은 모델의 자동차라도 판매 지역에 따라 이름이나 옵션이 달라지는 사례들을 꼽을 수 있겠다.

세계적인 문화나 콘텐츠의 표준화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용이한 반면, 지역화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이루는 방법이 시장 진출에 유리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문화의 지역화인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이 양극단 사이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크로스핏이라는 새로운 운동문화가 정착하는 모습은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통한 운동의 가치와 결부되는 지역적인 가치들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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