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 통해 분석…미국 경기회복과 개별 대미 직접투자 증가 등 영향 덕분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지난 몇 년 간 대미 수출 증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덕분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경기회복과 한국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 등에 의한 증가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몇 년 간 대미 수출 증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덕분이 아니라는 산업연구원의 분석이 13일 나왔다. 사진은 경기 평택항 자동차 수출전용부두에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들. /뉴시스 자료사진

산업연구원은 13일 ‘한-미 FTA 제조업 수출효과 재조명’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는 한-미 FTA 효과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의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수출에 영향을 주는 다른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FTA발효 이후 무역의 증가를 단순히 FTA의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량 경제학적 분석결과, 수출증가와 한-미 FTA 발효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 미국 수출은 지난 2009년 388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716억달러를 기록, 2009년 대비 1.84배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증가가 FTA 때문이라 볼 수 없고, 미국 경기회복이나 개별 산업들의 구조 변화 등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은 한·미 FTA 발효 이전 5개 연도 평균과 이후 5개 연도 평균을 비교하면 92억달러 늘었다. 제조업 전체 증가분 179억달러의 절반을 웃돈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증가는 상당 부분 미국의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수입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해외 자동차 부문 수입은 791억달러 늘었다.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4%에서 7.2%로 1.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반기계(23억달러 증가), 철강(17억달러 증가), 기타제조업(20억달러 증가) 등 수출 증가 규모가 큰 산업들의 경우 미국의 해당 산업 제품 수입 증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기계의 경우 FTA 발효 이후 점유율은 4.1%로 발효 이전과 비교해 0.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FTA 발효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율 하락 효과가 작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통해 제조업 분야의 관세를 상당 부분 제거했기 때문에 FTA로 인한 제조업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는 그만큼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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