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스포츠와 경제

[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지난 칼럼에 리그 차원의 계약을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선수들의 계약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선수들의 계약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바로 자유계약시장(free agent market)이다. 그리고 자유계약시장이 열린 이후 장기계약이 생겨나게 되었다.

▲ 이현우 교수

NC 다이노스 베테랑 내야수 박석민의 자유계약을 다룬 칼럼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미국에서도 1975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유계약시장이 인정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장기계약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매년 선수의 계약만료 시점에 구단이 계약 연장의 권한을 가지게 한 보류조항(reserve clause)이 존재해 구단들이 굳이 장기계약을 제공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이 1년 짜리 계약직이었던 셈이다.

자유계약시장 이후 선수들의 연봉이 현저하게 오른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비슷한 시기에 단체교섭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되어 현재는 미국 4대 스포츠 리그(농구, 미식축구, 야구, 아이스하키) 모두에 노조가 존재한다.

당시 구단주들은 자유계약시장이 도래한다면 리그의 존폐가 위협 받을 것이라 주장하였지만, 북미 프로스포츠 시장은 여태껏 꾸준히 성장하였다.

자유계약시장이 인정된 이후로 구단은 선수를 붙잡기 위해, 또 선수는 기량 난조나 부상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장기계약을 맺기 시작하였다. 장기계약이 생겨나면서 구단들은 선수관리에 더 힘을 쓰게 되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전문적으로 부상을 진단하고 재활을 하기 위한 트레이닝 시스템도 도입되었다.

팬들은 선수들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기 바라지만, 프로 선수들에게도 연봉계약은 생계와 직결된다. 세계적으로 호황이던 시절에는 선수들도 당장 더 많은 현금을 받기 원했고, 많은 선수들이 글로벌 불황에 따라 파산에 이르기도 하였다. 요새는 선수들도 장기적인 삶의 질을 생각하고 계약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예를 들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2013년 단체교섭에서는 은퇴선수를 위한 연금 조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경력 및 근속년수와 연봉이 비례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과는 달리 스포츠 선수들은 주로 이삼십대에 경력 가운데 최고의 연봉을 받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수들도 연금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2011년 당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의 위치에 있던 알버트 푸홀스(Albert Pujols)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로 옮기면서 10년간 2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당시 그의 나이가 32세였다.

푸홀스로서는 은퇴를 앞두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셈인데, 그의 스타성에 따른 상품가치를 감안하더라도 은퇴를 앞둔 선수에게 너무 많은 연봉이 지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기량이나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에인절스는 아직도 억 단위의 연봉을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된 것이다.

▲ 미극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9)가 지난달 3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밀워키=AP/뉴시스 자료사진】

구단 입장에서 장기계약에 실패한 사례로는 바비 보니야의 계약도 유명하다. 그는 1999년에 은퇴했지만, 2035년까지 뉴욕 메츠로부터 1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이 보장되어있다.

선수 입장에서 손해를 본 경우는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인 마리오 라뮤의 계약이 유명하다. 라뮤는 팀으로부터 장기적으로 연봉을 나눠받도록 지급이 유예된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피츠버그 펭귄스가 1998년에 그만 파산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부도난 수표 같은 계약이 돼버릴 뻔했는데, 펭귄스의 가장 큰 채권자 중 하나였던 라뮤는 조정을 통해 3000만 달러에 육박하던 계약금 중 500만 달러만 받는 대신에 펭귄스의 소유권에 대한 지분을 얻게 되었다.

이처럼 자유계약시장이 인정되고 장기계약이 이루어짐에 따라서 구단과 선수들은 시장 질서에 따라 계약을 맺게 되었다.

구단에서는 장기계약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선수들로서는 동기를 부여코자 성적에 따른 옵션 조항도 다양하게 계약서에 명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들이 프로 구단을 소유하기 때문에 조금 특수한 상황이다. 자유계약 선수들이 높은 연봉계약을 달성하지만, 연봉액이 완전하게 시장 가치를 따르기 보다는 기업의 홍보가치와 맞물려 있어서 평가기준이 애매하다.

적자운영을 이유로 구단들은 연봉 인상에 난색을 표하기도 하지만 실제 자유계약 선수들의 계약서를 보면 기업에서 지급능력이 있어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 지난 5월 3일 전북 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7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에델이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고액연봉 선수와 저액연봉 선수의 간극도 커지고 구단 간의 차이도 발생할 수 있는데,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지 못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프로축구도 국제 연대기구의 지원에 힘입어 12월에 선수협회를 설립한다고 하지만, 최근 기업 스폰서들이 유니폼 후원도 외면하기 시작한 프로축구의 상황을 보면 시장 가치는커녕 홍보가치도 위태로운 수준인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스포츠는 여전히 엘리트 스포츠 위주의 구조로 (1) 아마추어에 기반한 풀뿌리 구조가 약하고, (2) 선수들의 학습권이나 은퇴 후 삶을 위한 교육이 미비하며, (3) 선수시절 재무와 관련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프로 리그들은 드래프트된 신인 선수들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재무 관련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단기책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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