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을 직접 점검하고 이 부회장의 형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 측은 새롭게 설치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삼성 지난 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삼성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다. 이는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그룹 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의 설명을 들은 뒤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사건에서도 '준법감시제도'를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과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그 시행과정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준법감시위가 제대로 운용되는지 감독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추가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 부장판사는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삼성 측의) 입장은 재판부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그런데 국민 중에는 피고인(이 부회장)과 삼성의 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분도 계신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그 방법으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하겠다”며 법원, 특검, 이 부회장 측이 한 명씩 추천해 3인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해 운영 실태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3명의 후보 중의 한 사람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삼성과 특검 측에도 후보자에 대해 의견을 내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사건 관련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합병비율의 공정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이 재판 심리의 쟁점이 아니고 공소사실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가중적 양형사유로 삼으면 오히려 대법원 취지에 어긋난다"고 기각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또 "사기업의 상장은 대통령 직무 대상과 관련이 없어 애초에 청탁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며 "증거조사가 시작되면 합병비율과 분식회계 등이 쟁점이 돼 심리가 진행되고 재판 장기화도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승계작업을 인정한 이상 승계작업을 위한 개별 현안에 대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없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며 "각각의 현안과 대가 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손경식 CJ 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2월 14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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