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소나기 퍼붓던 날씨가 다시 뙤약볕을 쏘아댑니다. 하지만 비 오던 하늘도, 다시 이글거리는 하늘도 하나로 같은 하늘입니다. 우리네 마음도 그러해서 해가 뜨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 씀씀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한쪽으로 쏠려 익숙해지기 쉽습니다. 마치 출근길에 다니던 길로만 다니고, 점심 식사 후 한잔 하는 커피도 마시던 종류만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와 감정도 익숙해진 경로로 반응을 하곤 합니다.

오늘 말씀은 주변을 공정하게 잘 다스리려면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반복적으로 익숙해져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학

전문(傳文) 8

수신제가(修身齊家)

所謂齊其家在修其身者(소위제기가재수기신자)

人之其所親愛而辟焉(인지기소친애이벽언)

之其所賤惡而辟焉(지기소천악이벽언)

之其所畏敬而辟焉(지기소외경이벽언)

之其所哀矜而辟焉(지기소애긍이벽언)

之其所敖惰而辟焉(지기소오타이벽언)

故(고) 好而知其惡(호이지기오)

惡而知其美者天下(오이지기미자천하) 鮮矣(선의)

해석을 약간 느슨하게 풀어보면 이렇다고 합니다.

[이른바 집안을 바르게 다스리려면 자신부터 잘 닦아야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친숙하고 사랑하는 것에 빠지기 쉽고,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것에 휩싸이기 쉽고,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것에 길들여지기 쉽고, 애처롭고 불쌍히 여기는 것에 물들기 쉽고, 오만하게 대하고 게을리 하는 것에 버릇들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되 그 미워함을 알며, 미워하되 그 끌림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드물고 드문 것이다.]

​무슨 암호문 같지요. 마음 쏠림의 여러 경우를 나열한 것입니다.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면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어서 집안을 바르게 다스리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한번 상상해 볼까요? 투명한 유리잔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울이면 물이 넘칩니다. 왼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여도 물이 넘칩니다.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어느 정도를 지나쳐 기울이면 물이 넘칩니다. 그래서 물잔의 무게중심을 잘 잡고 안정되게 마실 때 갈증이 해소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은 앞으로 당겨 가까이 하고 싶고, 싫어하는 것은 멀리 뒤로 밀어서 접촉하기를 꺼려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일터에서 윗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아랫사람 의견은 무시하기 쉽습니다.

가정에서 어린 자식들이 뭘 해달라고 조르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비루한 걸인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려면 마음 속 한구석이 뭔가 편치 않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마음이 쏠리는 때입니다. 마음이 균형을 잃은 때입니다.

마음이라 불리는 물잔이 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기울어지면 물이 넘치겠지요. 그런 과도한 쏠림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한쪽으로 너무 쏠리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오늘 글은 사물의 양면을 보면 된다라고 말합니다. 즉, 물잔이 오른쪽으로 넘어지려 할 때 반대편 왼쪽에서 턱 잡아주라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겠지요. 사람도 비슷해서 영혼을 '지혜의 엑스레이'로 투사해보면 양파 껍질처럼 다층구조로 되어 있다고 하지요. 어느 하나로만 이거다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성인(聖人)도 살고 도둑도 삽니다. 흰색도 있고 검은 색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바라볼 때 완벽히 착한 이 이길 바란다면 그 역시 환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역으로 순도 100%의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겠지요. 이런 시각에 기반한다면 사랑에 휩쓸리거나 혹은 배신에 몸서리치는 일도 피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양쪽면을 살필 수 있는 눈과 함께 스스로 그런 불완전함을 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길러 간다면 가정이건 회사건 바르게 다스려 갈 수 있겠지요.

따라서 오늘 대학 말씀은 악을 용인하고 추종하자는 것이 아니고 선과 악 중에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같은 무게로 경계하며 중용의 도를 취하라는 의미로 다가 옵니다.

그것이 사랑이건 미움이건, 아름다움이건 추함이건 간에 마음이 기울어져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스스로를 닦아 나가는 길이고, 이런 노력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바르게 이끌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하늘이 비를 주셨으니, 땅에 사는 우리도 하늘께 감사하고 마음이 가물지도 않고, 홍수 지지도 않도록 잘 보살펴야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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