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9월 ‘1억 총활약사회’ 계획을 발표할 당시 정년을 65세로 5년 늦추는 내용을 넣으려 했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결국 제외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들이 60세 이상 사원의 경험을 살려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경제계는 인건비 증대, 임금과 인사제도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했다.

▲ 이동준 교수

상대적으로 임금은 높은 편이지만 생산성은 젊은 층보다 더 낮은 경우가 많아 정년 연장의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선 노령인구의 활용, 즉 정년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예 고령자의 기준 연령을 높이자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본노년학회는 지난 1월 현재 65세 이상인 고령자의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 고령자인 65~74세를 ‘준고령자’로 부르고 75~89세를 ‘고령자’로 정의하는 한편, 90세 이상은 ‘초고령자’로 부르자는 것이다.

정년과 노인 기준 연령의 조정과 함께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정년 연장을 추진할 때에도 먼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더 늦추면 정년을 연장하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의 연금 개시 연령은 고령자 기준 연령과 같은 65세다. 한국의 경우 현재 연금수급 연령은 61세로, 2033년까지 65세로 차츰 조정될 예정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일본 정부의 2017년도 ‘고령사회 백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각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이 2018년, 싱가포르가 2020년, 중국이 2023년부터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지난해 3,76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올해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부터는 인구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8%를 초과하면 ‘고령화 사회’, 14%를 초과하면 ‘고령 사회’, 20%를 넘어서면 ‘초(超)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한마당 행사에서 한 어르신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뉴시스

저출산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5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24명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초저출산 기준선인 1.30명을 15년째 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3.4%에서 2035년엔 60%로 떨어지고 2065년에는 47.9%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비현실적인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 한국도 머지않아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통계청의 '2016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빈곤율은 46.9%로 근로연령층(18~65세)의 11.1%보다 4배 이상 높다. 일자리를 통한 소득 보충이 주효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최근 실업난이 격화돼 노인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청년 세대를 채용하기 위한 임금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면서 동시에 정년연장안도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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