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도 진화한다

임태형 대기자l승인2017.06.22l수정2017.06.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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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보노(Pro-bono) 매개 기관인 탭룻재단(Taproot Foundation)이 발전적으로 진화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통 3~9개월의 장기프로젝트가 주축이 돼 비영리기구(NPO)의 역량강화에 큰 도움을 주지만 시급한 현안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수요에 대응해 단기프로젝트도 활성화하고 있다.

▲ 임태형 대기자

반나절 만에 마무리하는 ‘ScopeAthon’이 대표적인다. 스코프(Scope)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특정 분야에 한해 집중적으로 자문하는 형식의 1일 오프라인 이벤트이다.

이 때 특정 기업의 단독 후원과 임직원 참여로 실행되기도 한다. 2014년부터는 ‘Taproot plus’를 만들어 온라인(on-line)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나온 프로보노 활동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프로보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보노 워커(PW)와 비영리기구 사이에서 조정과 관리를 하는 프로보노 매니저(PM)가 존재한다.

그런데 프로보노 워커가 업무시간을 할애해 사무실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좋은 반응을 받으며 공급자원이 증대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탭룻재단은 현재 마케팅과 인사, 경영전략과 재무에 정보기술(IT)을 추가한 4개 분야 33개 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탭룻재단은 프로보노를 새로운 기업 사회공헌 모델로 제시하고 이의 정착과 확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1년전 미국 워싱턴의 탭룻재단을 방문했을 때, 맥스 스콜닉 재단 이사장은 자신감에 찬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높은 프로젝트 성공률 및 프로보노 워커와 클라이언트(Client)인 NPO의 높은 만족도를 제시하며 미국 시민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야기하는 프로보노 사업에 대해 큰 자부심을 보여 주었다.

미국의 프로보노 발전상을 보면서 그들 기업과 비영리기관, 그리고 시민들이 프로보노를 대하는 의식과 태도에 부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강원지역본부 희망프로보노 봉사단원들이 강원도유형문화재 제7호 인 강릉시 명주동의 칠사당을 찾아 1사 1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자산관리공사 강원지역본부 제공

한편으로 프로보노를 받아들이고 거뜬히 소화해낼 수 있는 그들의 탄탄한 자원봉사 문화가 기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국의 자원봉사 현황과 대비되면서 더욱 위축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참에 동원과 전시성의 봉사활동을 걷어 내고,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가치를 느끼는 자원봉사 문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봉사자수나 봉사시간과 같은 양적인 성장에 매달려 일희일비 할 게 아니라 봉사자가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프로보노와 같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여 성취감을 스스로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소한 기부시장에서 프로보노 매개기관 스스로 민간의 기부금을 모집하면서 난이도 높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까지 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상 어려우므로 매개기관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프로보노는 이전의 자원봉사와 비교해서 월등한 가치를 창출하며 기업과 비영리단체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프로보노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프로보노의 계량화된 가치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 탭룻재단의 프로보노 활동

계량화된 가치는 탭룻재단의 ‘프로젝트별 시장가치 테이블(Table)’에서 보듯이 산출물(output)의 경제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성과(outcome)나 임팩트(Impact)를 계량화하여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성과나 임팩트의 가치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별로 상이한 견해를 가질 수 있으므로 함께 모여 이를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쨌든 화려한 수식어에 자찬 형식의 가치 부여보다는 합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가치의 계량화가 어렵다면 프로보노에 직접 참여한 프로보노 워커와 수혜자인 NPO, 매개기관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투입자원부터 실행, 산출물, 성과, 임팩트에 이르기까지 평가회의를 통해 생성된 가치를 명확히 하는 방법도 적용할 만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치의 계량화에 집착하다 스스로 발목을 묶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에는 값비싼 귀금속만 필요한 게 아니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임태형 대기자  hawoopap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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