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해마다 이맘때면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86)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점심값이 화제가 되곤 한다.

올해도 버핏 회장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투자를 논할 기회가 자선 경매에서 269만9001달러(약 30억)에 낙찰됐다.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이베이에서 시작된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시작한 지 단 2분 만에 100만 달러를 써낸 입찰자가 나오는 등 초반부터 열띤 경쟁이 벌어졌다.

결국 9일 오후 10시 30분 마감한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267만9001달러를 써낸 익명의 입찰자에게 돌아갔다.

버핏과의 점심은 보통 3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버크셔의 다음 투자처가 어디냐’ 같은 직접적인 투자정보 질문을 빼고는 어떤 얘기도 나눌 수 있다.

경매 수익은 버핏의 사별한 아내 수전 톰슨 버핏이 활동했던 샌프란시스코의 빈민구제단체 '클라이드 재단'에 기부된다.

버핏과 아내 수전 톰슨의 인연도 흥미롭다.

버핏은 비즈니스와 숫자에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평균에서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지내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는 천재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팩스 사용도 서툴러 애를 먹었다.

이런 남자에게는 이해와 배려심 깊은 배우자가 필요하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여성을 만났다. 바로 첫 번째 부인 수전 톰슨 버핏(1932-2004)이다.

버핏은 자서전 『스노볼: 워렌 버핏과 인생 경영』에서 "수전이 없었다면 나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수전은 버핏 회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에 딱 맞는 정신적 소양을 지녔다. 문화적 감성이 풍부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성이었다. 1952년 4월 19일 버핏은 고향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수전 톰슨과 결혼식을 올렸다.

젊은 시절 버핏은 심각할 정도 사교성이 부족했고, 그런 그에게 수전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버핏과 자주 얼굴을 마주치면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특히 비즈니스에는 완벽한 몰입 증상을 보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부적응 상태인 그에게 모성애와 보호본능을 느꼈다고 한다.

버핏은 수전에게 의지하고 싶어했고, 수전은 그런 그를 감싸 안았다. 훗날 수전은 버핏을 가리켜 자신의 '첫 번째 심리 상담 환자'라고 표현했다. 버핏은 신혼여행 기간에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또 읽었다.

버핏 부부는 신접살림을 오마하의 허름한 임대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당시 버핏은 아파트를 사기에 충분한 1만 달러 가량을 갖고 있었지만, 투자의 원리를 완벽하게 깨우치고 있었던 그는 그 돈을 아파트 구입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수전에게 "이 돈은 목수의 연장과도 같다. 목숨과도 같은 연장을 팔아 치우는 목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 행사 중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와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오마하=AP/뉴시스 자료사진】

버핏 부부가 집을 마련한 건 결혼한 지 6년이 지난 1958년의 일이다. 버핏은 네덜란드풍으로 지어진 이 집을 3만1500달러에 매입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버핏은 하루 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투자에만 몰두했다. 그러니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뒷전이었다. 그런 남편을 수전은 너그럽게 이해하고 북돋아 주었다. 버핏의 성공에는 이처럼 수전의 내조와 희생이 있었다.

수전은 버핏에게 800만 달러를 벌면 가정에 충실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주식이 운명과도 같았던 버핏에게 주식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었다. 결혼 25주년이던 1977년,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찾아 서로 떨어져 살기로 합의했다.

수전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거주지를 옮겼다. 수전은 심리학, 문학, 음악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이었다. 2004년 7월 29일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버핏은 17세 연하인 두 번째 부인 애스트리드 멘크스와 살고 있다. 멘크스를 버핏에게 소개한 사람이 바로 수전이다. 버핏은 "수전을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게 한 것은 내 평생 가장 큰 실수"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버핏과의 점심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

※ 이민주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I.H.S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투자교육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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