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가동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삼천포 1·2호기, 보령 1·2호기, 영동 1·2호기, 서천 1·2호기 등 8기의 가동을 1일부터 한 달간 정지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낮추고 친환경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게 이 대책의 핵심이다.

▲ 최성범 주필

대책에 따르면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임기 내 폐쇄하는 한편 추가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중 공정률이 10% 미만인 9기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건설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석탄 화력 가동을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발전소 가동을 늘려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석탄발전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2015년 대비 올해엔 3%, 2022년도엔 18%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탈(脫)원전 정책을 추가하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와 노후운전 수명 연장 금지를 제시한 바 있다. 한마디로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기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봄나들이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세 먼지 대책이 시급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서 원전 신화의 허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전력 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동안 전력수급 계획상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으나 제조업 경쟁력,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서 땜질식 처방에 급급했던 전력 정책을 사실상 원점에서 출발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세계적인 흐름과는 동떨어졌던 현실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라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선 성급한 정책은 곤란하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비용이다. 3~6월 한시적 셧다운에 따른 소요 비용은 600억원 정도로 전기료 인상 없이 한국전력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쳐도 선거공약대로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하고 신규 원전까지 취소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석탄 발전을 친환경적인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2016년 현재 석탄발전과 LNG 발전의 발전 단가는 kWh당 40.85원과 80.22원으로 kWh당 무려 2배 차이가 난다. 올들어 LNG 가격이 떨어져 그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국제유가가 계속 안정세를 보이란 법은 없다.

게다가 가장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의 비중을 줄일 경우 전력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2030년까지 25%가량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먼지를 없앤다는 대책과 탈원전 정책에는 박수를 치지만 전기요금이 20%이상 오른다고 하면 여론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도 기존의 석탄 및 원전의 몫을 하기에는 발전단가가 너무 높다. 2016년 기준으로 석탄발전과 신재생 발전단가의 차이는 kWh당 42원대 228원으로 거의 5배가 차이가 난다. 앞으로 저장장치 등 기술이 발전하고 발전량이 증가할 경우 발전단가가 인하될 요인이 있긴 해도 아직은 발전단가 차이가 크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안정적인 전력원이 되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현재 기저부하로 사용되는 원전을 대체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여름 전력 성수기에 전력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은 심각한 전력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LNG발전소를 대거 건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8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서생면 원전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뉴시스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원전 및 석탄 발전의 비용이 결코 싸지 않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원전의 사회적 갈등비용, 폐로처리 비용,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등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24시간 가동을 해야 하고 발전단가가 낮아 이른바 기저부하가 될 수 있는 원전이나, 전력수요 상황에 따라 가동률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화력발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석탄 발전소 가동 중단 조치도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총 59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국내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이고 셧다운 대상 8기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더구나 해외 요인이 최소 65%에서 많게는 8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원인 진단에 앞선 가동 중단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노후 석탄 발전소는 가동정지가 예정돼 있었으므로 그렇다고 치더라도 신규 건설마저 중단한 조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일단 석탄발전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미세먼지 배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게 정답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전설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진 처리기준을 대폭 강화할 경우 미세먼지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소폭의 추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미세먼지 배출 기준도 시급하게 정비해야 할 과제다. 현재 미세먼지 배출기준으로는 시간당 10mg라는 총량으로 돼 있어 작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더라도 시간당 10mg만 넘지 않으면 무방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세먼지 대책이 없는 셈이다.

근본적으로는 7차 전력 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 에너지(태양광, 풍력 등)의 비중을 현재 3.7%에서 2029년까지 11.7%까지 증가시키려는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계획과 거의 일치한다.

문제는 원전이다. 이명박 정부가 원전의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아래 29% 수준인 원전의 비중을 55%까지 높여 놨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서기보다는 장기 계획의 손질이 보다 중요하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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