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 최대폭인 1.7% 급락…경제 불안 우려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영국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출현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8일(현지시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반면 엔화는 소폭 상승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달러·파운드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31분 1.7% 급락한 1.274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이 내려갔다는 건 달러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이날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장중 한때 지난 4월 이후 최저 수준인 1.2709달러에 도달하기도 했다.

▲ 8일(현지시각) 실시된 영국총선 출구조사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자 파운드화가 8개월만에 최고폭으로 급락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날 남편 필립과 함께 선거구인 잉글랜드 메이든헤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메이든헤드=AP/뉴시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과반까지 12석이 모자란 3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26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어느 당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헝 의회’가 됐다.

개표 결과가 출구 조사와 동일하게 나타날 경우 노동당이 소수 정당들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추진하던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협상이 아예 폐기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 유럽연합((EU)단일시장·관세동맹 동시 탈퇴를 의미한다.

◇ 시장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결과’…브렉시트 협상 차질 우려

하지만 어떤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연정 구성까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보수당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에다, 최근 연이어 일어난 테러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끌어내렸고, 세제를 포함한 사회개혁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지지층이 이탈한 탓으로 분석된다. 

보수당이 과반확보에 실패할 경우 당장 19일부터 시작될 브렉시트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보수당은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해왔지만, 노동당은 ‘소프트 브렉시트(EU 단일시장 잔류)’를 지지한다. 제3당이 유력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자유민주당 역시 소프트 브렉시트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보수당이 다른 군소정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하지 않는 한 정책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시장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결과"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을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출구조사 결과대로 과반득표에 실패할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정치적 경제적 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파운드에 가장 큰 손실을 안겨줄 시나리오를 '헝의회' 탄생으로 보고 있다. 보수당 정부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브렉시트 협상의 시작 자체가 지연되거나 일정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ITV와의 인터뷰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메이 총리와 보수당에 완전히 재앙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