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재계 첫 공식회동에서 우회적 우려표명…“앞으로 계속 소통키로 합의”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재계가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의 정책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분과위원, 김 위원장, 박 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뉴시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8일 새 정부와의 첫 공식 만남에서 재계를 대표해 “(새 정부의 정책이) 큰 그림으로 보면 지금 조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구체적으로 무슨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서로 이야기를 하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20분 새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서울 중구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티타임을 갖고 “상의에서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의 발언은 일자리, 근로시간, 최저임금에 대해 정답 하나를 가지고 논의하지 말고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비정규직 해법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재계와 정부가 가진 첫 공식 회동이다.

박 회장은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 전에는) 늘 해오던 이야기의 연장선밖에 안된다”며 “지금처럼 협의해 나가면서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안점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말을 들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금 이견이 있지만, 잘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답하자, 박 회장은 “사실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같겠지만, 문제는 개선하려면 어떤 원칙과 현실을 극복해야 할 것인지 여러 대안을 놓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티타임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원들은 대한상의 관계자들과 한시간 가량 간담회를 했다.

이날 국정기획위에서는 일자리·노동 등을 담당하는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겸 사회분과 위원, 오태규 위원 등이 참석했다. 대한상의 쪽에서는 이동근 상근부회장과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이 참석했다.

티타임 후 이어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동근 부회장은 “신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경제단체도 당연히 공감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의 질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계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제계는 무엇보다 투자나 고용을 통해 사회나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이런 과정에서 여러가지 성장과 분배를 효율적으로 조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일자리 매칭확대, 일과 가정의 양립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급적이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차별적이었던 비정규직 문제도 해법을 고민하며 같이 해결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 직후 “복지, 노동에 대해 서로 원론적인 것에서 많은 합의를 했고 앞으로도 소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연명 분과위원장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경영자총협회(경총)보다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대한상의 방문에 앞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300만 중소기업인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중기중앙회장과 최수규 상근부회장을 만났다.

사용자 측에서 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경총 쪽은 추후에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은 정부가 재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차례차례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하려고 스케줄을 짜놨고 당연히 경제단체도 방문하는 스케줄이 있었다”며 “국정기획위가 편향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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