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프로 야구와 축구 구단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프로농구(NBA), 프로미식축구(NFL)와 함께 3대 프로 스포츠로 통한다. 반면 프로축구는 유럽에서만 손꼽히는 리그가 즐비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이현우 교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팀' 1위에 올랐다.

포브스가 매긴 맨유의 구단 가치는 36억9000만 달러(약 4조1315억원)로 전 세계 축구클럽 중 최고다.

맨유는 광고와 스폰서 수익만으로 4억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전 세계 구단 중 가장 많다.

포브스는 "맨유가 2015-2016시즌에 구단 수익 7억65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보였다"면서 "구단 수익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두 명문 구단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쳤다"고 설명했다.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는 FC바르셀로나는 36억4000만 달러의 가치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우승팀이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맹활약중인 레알 마드리드(35억8000만 달러)는 3위에 올랐다.

그런데 맨유 구단의 가치 36억9000만 달러는 공교롭게도 메이저리그 1위인 뉴욕 양키스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뉴욕 양키스는 20년 MLB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구단으로 뽑혔다. 지난달 11일 역시 포브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작년 조사 때보다 9% 오른 37억 달러로 집계됐다. 맨유보다 불과 1000만 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ESPN에 따르면 양키스의 옛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1973년 당시 양키스를 1000만 달러에 사들였는데,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투자액 대비 6627%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메이저리그 2위는 류현진의 소속 팀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작년보다 10% 증가한 27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캡처

구단의 가치는 구단주의 경영 능력과 무관치 않다. 4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은 시민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성공 배경에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있다.

2000년부터 재임한 페레스 회장은 2007~2009년 일시 퇴진 2년을 빼고 15년간 구단을 운영하면서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을 일궈냈다. 은하의 별같은 선수들을 모은다는 ‘갈락티코스’(은하수) 정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지만 세계 최고 구단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가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영입한 지네딘 지단 감독은 데뷔 첫해에 이어 두해 째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차지해 사상 첫 2연패 사령탑이 됐다.

맨유 최고경영진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피터 캐년, 데이비드 길이 13년을 이끌었고, 지금은 에드 우드워드가 구단 운영을 맡는 등 17년 동안 딱 3명이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포브스는 "맨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구단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도는 물론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마케팅, 브랜드 관리가 한몫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는 2008년 말까지 35년간 이끈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의 경영 철학이 돋보였다.

“내게 승리는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하다. 숨 쉬고 있다면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한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11번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독단을 넘어 때로는 불법까지 자행해 ‘악의 제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 2009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물리치고 우승한 뉴욕 양키스 선수단이 지난 2009년 11월 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거리 퍼레이드를 벌이는 가운데 팬들이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뉴욕=신화/뉴시스 자료사진】

그에게 구단주 자리를 물려받은 둘째 아들 할 스타인브레너는 합리적 투자를 내세우며 연봉 총액 순위에서 이미 LA 다저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줬고 두 차례 지구우승이 2세 시대의 최고 성적이다. 그럼에도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프로 스포츠 구단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진(CEO)의 능력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프로야구의 경우 2010~2017년 10개 구단의 대표이사 현황을 보면 수명이 평균 2년 4개월에 불과했다. 2013년 창단된 KT는 지금까지 4년간 5명의 사장이 등장했다

구단주격인 대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의 대표나 단장 자리를 퇴임을 앞둔 임원의 마지막 보직으로 생각하는 관행도 남아 있다. 이런 판에서는 재정, 마케팅, 팬 관리 등을 둘러싼 혁신적 발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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