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가 자칫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더블딥은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돌아가는 이중침체 현상을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아직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에 나타났던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국면이 2분기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수출과 건설투자에만 의존…‘더블딥’ 우려

한국 경제는 수출과 건설투자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이고 취약한 성장구조'를 지니고 있는 탓에 양 축 중 하나가 무너지면 지금의 회복세가 불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에 문제가 생기거나 건설이 성장력을 잃어버리면 경기가 다시 악화(더블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을 보는 관점부터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여전히 정체돼 있다는 점에서 “기형적이고 취약한 성장”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깜짝’ 반등했지만, 성장률 1.1% 중 민간소비가 기여한 정도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일단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들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5%에서 올해 1분기 1.1%로 상승하며 2015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1%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4분기 2.4%에서 올해 1분기 2.9%로 올랐다.

전반적인 경제 방향성을 나타내는 동행과 선행지수 모두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현 회복세의 원인이 특정 분야에만 편중 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1분기에 기록한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 1.1%는 모두 건설투자(기여도 1.1%포인트)에 기인한 것이다.

◇ 민간 소비 여전히 침체…수출에도 이상 신호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기여도는 0.2%포인트에 불과하다.

수출에서도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이는 단가 회복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 서울 시내 마트를 찾은 시민이 밥상에 올릴 찬거리를 만들기 위해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지난달부터는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도 약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액 증가율은 지난 1월 13.5%에서 지난달 7.5%로 둔화됐다. 5월 중 미국 수출 증가율도 -1.9%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부문의 핵심인 소비지표가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제지표 내부에 숨어있는 불안정성을 함께 우려했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민간소비가 아닌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 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최근 설비투자의 확장세가 다소 주춤거리고 있는 점은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적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수출 경기의 호조가 이어진다면 시차를 두고 내수 부문이 살아나면서 전체 경제 상황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 선도 부문인 수출과 건설투자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제 상황은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들을 제거하고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상 출발점을 투자 및 고용 확대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새정부가 의도하는 추가경정예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추경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신속한 집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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