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공인중개사 대표] 요즘은 매물을 찾아 상담하러 오는 손님들이 반갑지가 않다. 도대체 추천할 마땅한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팔아달라고 내놓은 매물은 있다. 그런데 막상 거래가 성사되는 가 싶으면 집주인들이 딴소리하기 일쑤다.

▲ 최충현 대표

원래 내놓은 값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와 연락을 하면 거의 태반이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느니, “5000만원 정도 더 받을 수 없냐”느니 하면서 뜸들이다 결국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

그럴 때마다 중개인 입장에서는 맥이 풀리기 마련이다.

엊그제 일이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A단지 152㎡(구 46평형) 소유자인 김모씨와 매수 의뢰인간에 매매 가격과 이사날짜 등을 맞춘 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약속 시간 두 시간 전에 전화로 “오늘 가족들과 더 상의해보고 연락 주겠다”고 한 다음, 다음날 예상대로 “당분간 더 지켜봐야 겠다”고 통보했다.

사실 김씨 소유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19억5000만원의 매매가 정점을 찍은 이후 ‘11.3 부동산 대책’과 최순실 게이트 등 정국 혼란으로 거래가 멈춰 올 초에는 18억원 미만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19억5000만원보다도 더 받아야겠다며 버티고 있다.

개포동 등 강남 대부분의 지역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 전화하면 다들 손사래를 치며 매물을 거둬들인다고 한다.

사실 되돌아보면 올해 전문가들의 주택시장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 국내 내로라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앞 다퉈 새해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순위 청약 요건 및 전매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과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 재건축중인 강남구 개포2단지 모습/뉴시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 주변에는 주택의 '공공재(公共財)적 성격'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집값이 마구 오르도록 방관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예상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다양한 부동산 규제를 언급했을 뿐 아니라 집권 여당도 이미 상당수 규제 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이 같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서울과 주요 지역 아파트 시장은 최근 급상승세다.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32주 만에 최고 상승률(0.43%)을 기록했다. 대선 직전 상승률(0.03%)의 10배가 넘는다.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9일 기준 8520건으로 지난달 거래량(7823건)을 이미 넘어섰다.

증시 호황도 부채질하는 것 같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최고가 경신 행진을 지켜본 대치동을 비롯한 강남 주민들은 ‘부동산의 블루칩’인 강남 지역의 집값도 ‘자고 나면 오르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결국 전문가 전망만 믿고 내집 마련을 미뤘던 사람들은 하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사야 하느냐”고 묻곤 하지만 솔직히 이 질문에 답변하긴 곤란하다.

▲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뉴시스

아무튼 지금은 주택시장 상승장이다. 그렇지만 조급함은 금물이다. 길게 보면 가격 상승 이후에는 조정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장기적 상승으로 가기에는 힘든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 정책도 지켜봐야 한다. 대선 당선 문 후보 캠프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시한 만료일인 7월 말 이후에 이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공약집을 통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도 약속했다. DSR은 부동산 담보 대출뿐 아니라 기존 다른 대출의 원금과 이자까지 종합, 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거래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2012년 사라진 '투기과열지구'를 다시 지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두고 보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