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정숙 영남대 국사학과 교수] 한국에서 커피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최초의 국비유학생으로 미국을 다녀온 유길준의 『 서유견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숭늉을 마시듯 서양 사람들은 커피를 마신다’고 소개했다.커피를 즐긴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억되는 사람은 고종 황제이다.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했던 그에게 러시아 공사 웨베르는 가배차(嘉排茶·커피)를 대접했다.그 후 1년여 간의 러시아 공사관 생활에서 경운궁(덕수궁)으로 환궁한 고종 황제는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건물을 짓고 자주 그곳에서 커
[이코노뉴스=정성희 실학박물관 학예연구사]달력과 권력정유년(丁酉年) 새해도 벌써 나흘째를 맞았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덕분에 시계와 달력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달력은 우리 삶에서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시간이 사람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것은 근대 사회 이후이다. 전근대 한국과 중국은 이른바 시간을 기록해 놓은‘ 달력’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었다.전근대 사회에서 시간은 ‘관상수시(觀象授時)’라 하여 지배자의 영역에 속한 것이었다. ‘관상’이 하늘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라면, ‘수시’는 그러한 관찰을 통해서 정확
[이코노뉴스=송재소 다산연구소 이사] 정유년(丁酉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실태가 드러나면서 고위층의 일그러진 인격(人格)과 국격(國格) 추락도 경험하게 됐다. 올해에는 모든 사람이 반듯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아무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넘는다는데 이를 서열로 따지면 세계 9위라고 한다. 나같이 유년 시절의 궁핍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실로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나라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작지만 강한 나라임에 틀림없다.경제
[이코노뉴스=정인호 칼럼니스트] 벌써 몇 년째인가. 나는 한 달에 한 번쯤 경북 안동에 내려가기를 되풀이하고 있다.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갈 적마다 사랑방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잠을 잤는데 새벽녘이면 윗목에서 자고 있는 나를 깨우시곤 했다. 그리고는 선잠으로 덜 깬 나에게 우리 집안의 내력이라든지 이런저런 집 안팎의 대소사를 자상하게 귀띔해 주셨다. 부자 간의 조조대화(早朝對話)가 가끔씩 내 직업에 미치면 나는 무척 곤혹스러웠다. 아버지로서는 내 직업이 못마땅한 듯, 지금이라도 좀 더 그럴듯한 직업을 찾아
[이코노뉴스=김정숙 영남대 국사학과 교수] 한옥은 더불어 사는 마음이 있다. 대문을 꽉 막아 닫지 않고, 개가 드나들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놓는 세심함, 또 먼지를 쓸어서 내보낼 수 있도록 마루턱에 작은 구멍을 내는 마음, 그리고 옹이 박힌 나무라도 제 결을 살려서 지은 집은 자연의 마음 그대로를 드러낸다.나무도 사람의 팔과 다리처럼 그 굽이에 따라 놓여질 위치가 정해진다고 믿으며, 나무와 흙, 그리고 종이가 대화하며 만든 조화의 공간이 바로 한옥이다. 특히 한옥의 문은 마술사였다. 그 크고 작은 많은 수
[이코노뉴스=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위원]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라는 옛말이 있다. 여자가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시집살이혼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혼인습속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다.그런가 하면 ‘장가들다(혹은 장가가다)’라는 말도 전한다. 장가든다는 표현은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가는 이른바 처가살이혼을 뜻한다.시집살이혼이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장가들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까닭은 무엇일까.남성 중심으로 집(가문)이 계승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유교의 경우, 혼인을 하면 주자가례(朱子家禮)에
[이코노뉴스=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유교(儒敎)’라고 하면, 시대와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관습,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유습(遺習)으로 치부하곤 한다.젊은 층일수록 유교에 대한 반감이 크다. 유교가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세상은 급속히 변하는데 유교는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특히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에게 ‘유교’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이코노뉴스=송재소 퇴계학연구원 원장]인문학이란 무엇인가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살려야한다는 이야기가 이 시대의 화두(話頭)처럼 돼 버렸다.인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인문학의 개념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수많은 논자들이 인문학을 정의한 바 있지만 동양의 전통에서 그 개념을 찾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학이 정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듯 인문학은 인문(人文)을 연구하는 학문이다.인문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출전은 『주역(周易)』이다. 주역 비괘(賁卦)의 단사(彖辭)에 이렇게 씌어 있다. 천문(天文
[이코노뉴스=이미식 부산대 윤리교육과 교수]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운 섬 씨헤븐(see heaven)에 트루먼이라는 남자가 평범하게 살고 있다.트루먼이 살고 있는 섬은 실제 하지만, 실제 하지 않는 섬이다. 그곳은 가상공간이기 때문이다. 5,000여 대의 카메라가 그의 하루 일상 하나하나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방송으로 방영하는 카메라 세트장인 것이다.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생방송이기 때문에 트루먼만 그 사실을 모른다. 트루먼 쇼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가상공간이라는 것을 안다. 진실을 모르는 트루먼은 가상공간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코노뉴스=오용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 인간은 예견된 죽음 앞에서 과연 초연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푸는데 일말의 단서를 제공하는 게 바로 고종일기(考終日記)이다.고종일기는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죽음에 직면한 고종자(考終者)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기록하여 죽음을 맞는 시공간(時空間)에 그려진 한 인간의 세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현실적이며 생명력이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그 일기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주위 환경, 죽음을 맞는 태도와 갖가지 행위 등 주위에서 일어나는 온갖 요소들이 구체적이
[이코노뉴스=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막상 하루하루 지내기는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처럼 무료하기 그지없지만, 노년으로 갈수록 세월이 무상해진다.왜 이럴까?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닥치는 노년의 4고(老人四苦)와 깊은 연관이 있다.수입감소에 따른 ‘빈고(貧苦)’, 육체적 늙음에서 오는 ‘병고(病苦)’, 할 일이 없어진 데에서 오는 ‘무위고(無爲苦)’ 그리고 이러한 것이 겹쳐서 나타나는 ‘고독고(孤獨苦)’가 그것이다. 우리의 평균 수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70년
[이코노뉴스=전 헌 국제퇴계학회 회장] 종교는 사람이 지구 위에 살아온 발자취이다. 보각국사 일연스님(1206-1289)도 우리 땅 위에 사람의 첫 발자취는 단군신화에서 비롯한다고 말한다. 히브리 성서도 사람은 하나님 따라 이 땅 위에 발을 딛었다고 말한다.종교라고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사람은 믿으니까 살고 죽는다. 믿지 않고서는 살기도 지겹고 죽기도 끔찍한 것이다. 사람은 믿지 않고서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쉬기도 꺼려지고 문 밖을 나서기도 두려우며 살면서도 죽고 싶고 죽으면서도 살고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
[이코노뉴스=송재소 다산연구소 이사]1. 선비는 누구인가유교 경전에서 우리말의 선비에 가까운 명칭으로는 군자(君子), 사(士), 유(儒) 등을 들 수 있다. 이 말들은 쓰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재주와 덕(德)이 높은 사람’, ‘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의 뜻을 지니고 있다.그리고 독서하는 지식계층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선비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고의 덕성(德性)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논어(論語)에는 이러한 선비의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묘사되어 있다.
[이코노뉴스=김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경세치용학과 이용후생학을 종합하는 실학의 전성기를 열게 되었다.그의 학문은 약관 시절부터 서학과 특히 성호학의 영향을 받아 성숙하였다. 젊어서 관직에 종사하면서도 탁월한 실학적 저술을 내어놓았지만, 신유교난(1801)에 연루돼 남방으로 유배된 40세부터 그의 실학은 본격화하였다. 그는 우선 경전(經傳) 공부를 근본적으로 다시 시작하여 15년 동안 6경4서에 대한 종래의 모든 주석을 다 검토 비판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새로운 학설을
[이코노뉴스=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경북 안동시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데 과연 그럴까?들으니 그건 ‘선비의 고장’이라 자랑하던 안동이, 역시 선비의 고장임을 자부하는 영주보다 시(市)브랜드 슬로건 등록에 뒤처진 바람에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삼국과 통일신라, 그리고 고려가 불교 위주의 나라였고 조선이 유교 위주의 나라였으니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에 걸맞으려면 불교와 유교가 모두 가장 난숙(爛熟)했던 지역이어야 하는데 안동이 과연 그럴까? 안동의 불교문화가 서라벌(경주)보다 더
[이코노뉴스=정옥주 박약회 인성실천추진단 지도위원] 지난해 2월, 나는 35년간의 교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직 즈음 평생의 학습동지였던 J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박약회 인성실천추진단 강사교육을 받게 되었다.H.P.M.(Habituating and Practicing Model) 인성교육을 새롭게 접하면서 그동안 별로 유용하지도 않는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고 애썼던 내 모습이 떠올라 무척 아쉬웠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소통하며 밀도 있는 수업으로 충족감을 맛볼 수 있는 교사가 될까하는 게 화두였는데,
[이코노뉴스=정성희 실학박물관 책임학예사] 실학박물관(관장 장덕호)은 9월 18일까지 ‘경기 청백리’ 특별전을 열고 있다.이번 특별전에는 조선시대 청백리의 명단이 수록된 ‘청선고(淸選考)’ 등 41점이 전시되고 있다.일정 액수 이상의 접대 및 선물을 금지하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뜨거운 요즘, 조선 시대 청백리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청백리 정신과 실태를 알아본다./편집자 주청렴한 관료, 청백리우리 역사에서 청렴하고 모범적인 관리들의 이야기는 삼국 시대나 고려 시대부터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백
[이코노뉴스=이윤희 퇴계학연구원 간사장] 사물의 본질을 깊이 파 들어가서 우주의 근본을 터득해내는 일을 격물(格物) 치지(致知)라 한다. 이를 유교 기본 경전의 하나인 에서는 가정을 거느리고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퇴계 이황 선생도 이 격물 치지가 도학의 출발점임을 확신하고 있다.옛날부터 일반적으로 우주의 근본을 가리켜 도(道)라 하였는데, 이는 도가(道家)의 영향을 받은 말이다. 유가(儒家)에서는 대체로 천(天) 또는 천도(天道) 천리(天理) 천심(天心)이라는 용어
[이코노뉴스=이용태 박약회 회장]1. 과거의 경험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일련의 새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자동으로 실을 뽑는 기계와 증기기관이 대표적인 예이다.이것으로 유발된 산업혁명은 사회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 왔고 그에 따라서 사람들의 가치관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했고 가족이 핵가족화되었다.공상인이 사회의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시민사회를 이루었으며 노동계급이 새로 탄생하게 되었다. 국가는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국주의적 영토확장을 하게 되고 대량 살상무기에 의한 전
[이코노뉴스=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조선의 선비정신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조선시대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선비 정신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으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선비정신의 부정적인 면 중에는 조선조 선비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모순도 있겠고 선비의 탈을 썼던 속유(俗儒) 부유(腐儒)들의 부정한 행위가 마치 선비의 일반적 행위처럼 잘못 투영된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안목으로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