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딸이 취업했다. 삼년의 취준 끝에. 최(종)합(격) 소식을 듣고 남편과 얼싸 안고 방방 뛰었다. 근 10년만의 격한 포옹 아닌가. 돼서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 되었을 때를 상상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때가 때이니만치 자랑질은 자제했다. (이 글도 두 달 후 쓰는 겁니다.) 1호 조카는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주식 공부에 매진한다 하여 의아했는데 다닐 수 있었으면 그러겠냐 말 안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겠지 해서 그렇군 했고. 조카 2호는 외국 항공사 파일럿인데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이일병씨 뉴스를 접한 우리 부부의 첫 반응은 이렇다.남편(남자) - 그 부부 사이가 안 좋은가봐?나(여자) - 마누라 입장을 그렇게 개무시하다니 나쁜 사람일세. 부부 사이가 좋건 나쁘건 각 방을 쓰던 각 집을 쓰던 내 알 바 아니지만 외교부장관 씩이나 하면서도 공개적인 망신과 곤욕에는 빠뜨리지 않는 정도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구나 싶어 울컥했다.좀 다른 얘기지만 무능한 남편 대신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는 여자는 의외로 많다. 그들이 돈 벌어다 가족 먹여 살린다고 떵떵거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이렇게 시간이 넘쳐 나는 때 취미가 독서인 이들은 참으로 다행이겠다. 누구는 임영웅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며 고마워하고(그에게? tv조선에게?) 누구는 치매 걸린 노견 돌보느라 하루가 빨리 간다고 안도하는데. 누구는 운동기구 사들여 가뜩이나 좁은 집안을 홈 트레이닝 센터로 개조하시며 정작 스쿼트 한 세트 안 하시고, 누구는 넷플릭스 폐인으로 거듭나 분방한 시청생활 속에 충혈되는 눈동자를 마사지하며 간간히 자기비하에 시달리는데.신천지 국면엔 달고나 커피라도 있었지, 사랑제일교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차를 팔았다. 어느 날 아침 잠 깨는 순간 아 이제 자동차를 팔아버려야겠다 중얼거렸으니 이는 차를 팔라는 신탁이 내린 것 아니겠는가. 서울 양천구 목동 살 때는 요기서 조기 갈 때도 차를 썼다. 습관성 만행이기는 했지만 변명거리가 없지는 않은 것이 그 동네가 인구밀도가 높고 보기보다는 걷는 데 친화적이지 않았다.그래도 장롱면허를 10년 넘게 유지했으니 친환경 의무복무는 한 것 아닐까? 첫 아이 아기 때 들쳐 안고 여기저기 다니며 ‘불쌍해서 태워줬다’는 버스기사 멘트도 들어봤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어제 저녁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불운과 사랑의 작대기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고뇌를 빼면 아무 갈등도 불행도 없는 세상에서 상위 0.01% 지능지수와 그에 비례한 착함을 장착한 엘리트들이 즐거운 밴드생활 하는 걸 보려고 4인 가족이 모처럼 모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화여.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네 개의 입은 월드콘이나 새우깡 씹으랴 드라마 씹으랴 몹시 바빴다. 40개의 손가락은 가끔 손가락질 하는 데 쓰일 뿐 좀 한가했다. 그 한가함을 견디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봉사활동하러 모처럼 외출했다. 코로나 시대라고 아기를 덜 낳을 리 없건만 – 열 달 정도 지나면 지금도 형편 없는 출산율이 더 낮아질지 모르지만 - 맡겨지는 신생아가 급감했다. 두어 주 전엔 사나흘 째 아기가 한 명도 없는, 그 곳 생기고 처음 보는 일도 있었다.후두암 걸려 죽은 어느 외국 여성 가수 얘기를 읽고서는 한동안 내 목이 이상했고 누가 유방암 걸렸다 그러면 갑자기 멍울이 만져지는 것 같은 나로서는 요즘 몸 상태는 항상 별로다. 암시에 약한 존재여.무증상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이것은 전치(轉置: displacement)다. 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마스크에 대한 걱정으로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마스크는 코로나보다는 만만하므로. 나의 마스크 노심초사는 대략 2월 20일 정도에 발동한 것 같다. 15일은 그야말로 해빙무드였다. 토요일인 그날 후배랑 인왕산엘 갔는데 정상에서 기차바위 가는 길(초심자는 찾지 못해 올라간 길로 내려오고 만다는)은 병목현상이 빚어졌더랬다.종로구 부암동 주민센터로 내려와 밥 사먹고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작은 뉴스 하나가 눈을 끈다. 인천 연수구가 환경미화원의 근무를 낮으로 바꾼다는 소식. 이게 처음은 아니어서 이미 서울 강동구와 수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폐기물을 낮에 수거하고 있단다.인천 연수구의 경우 여태까지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밤 11시에서 오전 7시 사이에 수거하던 것을 2월 17일부터는 오전 4시에서 낮 12시 사이에 수거하는 것으로 바꾼다는 것이다.환경미화원이 밤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고 수면부족과 피로 등으로 다치고 숨지는 일이 잇따르기 때문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개포 3단지’에 다녀왔다. 누가 이사갔다 소리 듣고 빨리 집들이하라고 조른 건 살다살다 처음이다.따옴표를 붙힐 만큼 이 시대의 의미심장한 기표인 그 곳 혹은 그 것. 거길 구경갔다는 것은 대략 두 가지 뜻이다.첫째, 나의 지인이 부자라는 것. 오래된 부자인지, 신생 부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지금 부자라는 것. ‘개포 아파트’ 그것은 전설의 압구정을 무려 4위로 밀어내고 반포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서울시 강남의 ‘똘똘한’ 부동산이다.30평 짜리가 20억원을 훌쩍 넘는단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얼터너티브 팩트(alternative fact) 이런 표현이 횡행하는 시절이다. 영국 대처 총리가 했다는 말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이래 얼터너티브라는 단어, 또 한번 고생이 많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환상의 복식조를 구가하던 마가릿 대처가 선언한 그 신자유주의-보수주의의 선언은 무슨 록스타 이름처럼 TINA라 축약되어 한 시절 잘 팔렸다. 이제 유행에 밀려 사라졌으니 ‘새 것 숭배’가 때로는 좋은 일도 하는가.그러나 그리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당장 나라 경제가 도탄에 빠질 것 같이 들썩이던 일본 문제까지 말아먹는(?) 걸 보니 조국 대전이 가히 치열하다. 그 개인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나로서는 뭐 그렇겠지, 그리 했겠지 싶었는데 길길이 뛰는 이들이 많아 놀랐다.뭐지? 이 치솟는 정동 에너지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그이가 토해낸 신트림에 놀라 앵돌아진 건가? 조국 사안은 누구든 한 마디 보탤 수 있는 개인 도덕성 문제로 납작해졌다.그리고 높은 도덕 기준을 내세우면 저는 그렇게 산 것으로 되는지 경쟁적으로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이런 날씨에 가긴 어딜 가, 집 떠나면 고생이여, 방콕의 나날을 지내던 중 딸이 갑자기 우리도 휴가란 걸 가잔다. 자기 피티 선생이 휴가를 가서 토요일에 운동을 못 하게 됐으니 우리도 토요일 끼어 이박삼일 어디라도 가자고. 남이 들으면 대단한 체육인인 줄. 휴가 가는 이유도 가지가지군. 휴가의 도미노도 아니고. 어명이 떨어졌으니 황급히 휴가 급조. 장소 불문, 그저 숙박업소 예약 가능한 곳으로. 8월 첫 주, 완전 성수기이니 부르는 게 값인 것은 물론이요 아예 빈 방 자체가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후각이야말로 죄 많은 감각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우리 엄마 표현으로 “책보 메고 왔다 갔다만” 하던 시절이나 교포박(교수가 되기를 포기한 박사) 시절 도서관은 나의 출퇴근 ‘직장’이었다. 거기서 공부하고 먹고 졸고 놀고 남들 구경하고 그랬으니 직장이라기보다 생활공간이랄까.언제부터인지 도서관에 늙수그레한 이들이 출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IMF 이후일까, 도서관 이용객의 평균 나이가 높아지고 열람실의 인구밀도도 높아졌다. 학습노동자들만의 게토에 여러 가지 다름이 들어오는 느낌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나의 시누이가 죽었다. 말기 암이고 몇 달 못 산다며 수술도 안 해주던 것이 삼 년 전이고 고비를 몇 차례 넘겼으니 마음의 준비가 부족할 리 없건만 그 순간은 늘 그렇듯 급작스럽고 아연하다. 그 어떤 예감이 있었나. 며칠 전 다들 보러 오라고 청하여 구순 어머니까지 가서 봤다. 열이 있고 고개를 못 가누고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초코우유 한통을 다 빨아먹고 사랑한다는 말을 귀에 속삭이자 나를 마주 안아주었던 터라 그래도 한 일주일 버티리라 여겼는데.미용실 들어서는 순간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내가 앤드루 솔로몬을 알게 된 것은 을 통해서다. 우울이라 하면 두꺼운 커튼을 드리운, 아니 커튼조차 없는 어둑한 지하방에 웅크린 한 인간이 떠오르는데 백주 대낮의 우울이라니. 첫 소설이 출간되어 나쁘지 않은 평을 받고 멋진 새 집도 사고 3년 전의 어머니 죽음과 2년 전의 연인과의 결별도 탈 없이 받아들인 때, 절망의 구실이 소진된 시점에 우울증이 살금살금 다가왔다고 하니, 그래서 제목이 그런가 보다 했다.우울증 투병기라 보기엔 녹록치 않은 심리학 지식도 펼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영화 을 봤다. 사려깊게 잘 만들었다 싶었는데 아이고 잘 나가다가 이 뭔 헛소린고, 영화 말미에 김향기 본인의 입에서 나온 정상인 어쩌고 하는 말에 완전 깼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기도 유분수지. 여하간 때마침 읽고 있던 앤드류 솔로몬의 의 자폐 꼭지를 겹쳐 보며 다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공부하는 기회였다. 무척 훌륭한 그 책 얘기는 다음에 하고 (무척 두껍기도 해서 아직 다 못 읽음).영화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고딩은 자기에게 접근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이러다 초초미세먼지도 나올지 모르겠다)가 압박하는 꼼짝 마 계엄령 속에 계획했던 사교활동(싸돌아다니기)들을 무기한 연기하고 다만 한가지 활동을 반 강제로 실시하였으니, 이름 하여 만인의 취미라는 독서. 회색의 대기가 동반하는 우울을 달래느라 제목도 즐거운 를 들춰 봤다.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이력을 담은 책이다.을 통쾌한 심정으로 읽었지만 약간 아니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가령 아드레날린 만땅의 아줌마 아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안나푸르나에 다녀왔다. 안나푸르나 간다고 하니 “거가 어데?” 라는 반응이 의외로 많았다. 모두 들어본 적은 있는 에베레스트가 네팔 동쪽에 있다면 안나푸르나는 서쪽에 있다. 5년 전 대학 입시를 치룬 아들을 끌고 셋이서 갔었다. 푼힐 전망대까지 가는 패키지 상품으로, 이름하여 로열 코스. 영국 귀족이 가마 타고 간 길이라고, 쉽다고, 여행사 직원이 꼬드겼는데, 나는 왜 귀족에 동일시하여 갈 엄두를 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가마 지고 올라가는 ‘셰르파’에 동일시했어야 할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결국 나는 1일 방송된 JTBC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의 마지막 회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치받쳐 오는 국외자 한 명 죽여 놓고 너무도 희희낙락 개과천선이지 않은가. 너무나 훈훈한 모습들을 닭살 눌러가며 봤다. 중간 광고에서 염정아가 참하고 유능한 엄마/코디의 모습으로 학습지 광고를 한다. 그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군. 이건 뭐 너무 익숙한 포르노그라피잖아.한서진네가 이사 나가고 그 자리에 한서진보다 더 징글징글한 엄마가 이른바 반전의 이름으로 등장해 시청률을 올리겠
[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아들이 군에서 제대했다. 아들 군대 가 있는 동안 집 앞에 태극기를 달아 놨다는 사람도 봤지만(무슨 심정인지 알 듯 모를 듯.) 나는 ‘엄마 맞아?’ 소리 들을 만큼 덤덤했다.한 친구는 자식이 군대 들어갈 때 울고 불고 하진 않았지만 그 녀석이 입고 들어간 옷 일습이 군사우편으로 올 때는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고 하더만 그 때도 나는 무덤덤했다. 돌아온 아들을 맞는 기쁨이 군대 보낼 때의 걱정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큰 걸 보니 걱정이 없는 게 아니라 걱정을 괄호쳐 없애(brac